요술공주 셀리 2023. 3. 6. 08:51

된서리가 햇빛에 반짝반짝,
서슬 파란 칼날을 휘둘러 보지만 따뜻한 햇살을 이길 수 없다. 해 뜬 지 30분도 안되어 서리는 다 녹아버렸다.

오늘이 경칩이란다. 개구리가 깨어나고 얼었던 대동강도 녹는다는 절기.
부지런한 무당벌레와 날파리, 노린재는 벌써 왕성하게 날아다니고 돌멩이를 들출 때마다 작은 벌레들이 기어 나온다.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처음 듣는 새소리도 청아하다. 완연한 봄이다. 꽃샘추위가 무대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지만 일기예보엔 최저기온 또한 영상이란다. 이런 날 앉아만 있을 수 없어 아침부터 밖으로 나온다.

집 안에서 불멍하던 시간이 밖에서 서성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법면의 노랗게 말라버린 잡초와 가시덤불을 정리하고, 삐죽삐죽 튀어나온 개나리와 황매화의 가지도 전지해 준다. 모과나무와 호두나무, 불두화와 홍 아카시아도 건재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지? 여기저기 붉은 가지에 가시가 있는 나무가 생겨났다. 분명 불청객인데 영산홍 사이에, 황매화와 돌틈 사이에 기막힌 틈새를 노려 튀어나왔는데 어떻게 제거해야 하나? 이 일은 아무래도 남편이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덤불을 치우다 발견한 쑥, 쏘-옥 올라온 보들보들한 쑥 이파리가 조용히 웃고 있다. 그 옆엔 조팝나무 싹이 연둣빛 싹을 틔우고......마치 연두색 장미꽃이 피어난 것처럼 예쁘다. 날마다 새로움을 주는 봄이어서 좋다. 힘이 난다. 두둥실 어깨춤도 절로 나고......
 

 

 
섬색시 시집간 윗집 준ㅇ씨가 마가렡을, 바구니 한가득 캐가지고 오셨다. 뿌리가 마르기 전에 심어주는데 볕이 너무 좋다. 호미를 잡은 김에 밀린 숙제를 한다.
무너진 화단 보수!
오늘은 제대로 시작한다. 돌의 모양을 보고 홈을 파서 돌을 심는데 무거운 돌멩이 나르랴, 쭈그리고 앉아 호미질하랴, 부족한 흙 채우랴, 힘든 과정이지만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재미로 식음을 전폐할 정도. 암튼 동생이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또 무리를 했을 것이다. 열심히 일을 했으니, 점심은 토종닭 백숙으로 거하게 먹는다. 힘을 내야, 또 일을 하지. 
 
4시간여 쪼그리고 앉아 열일을 했더니 결과는 대 만족! 곡선이 예쁜, 화단 하나가 탄생을 했다. 다니기 편하게 좁은 길을 내면서 화단에 흙을 보충해주었더니, 깔끔하고 더 넓은 꽃밭이 되었다. 2층 화단에 이어, 2호 화단 완성! 여기엔 또 무얼 심어야 하나? 개구리 깨어난 날, 내 설레임도 마구 뛰어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