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려면, 비워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던가? 일찍 일어난 사람에겐 넉넉한 오전 시간을 준다. 오늘도 11시에 꽃밭 구경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2호 화단'을 바라보며 씩 한 번 웃어주고, 쓱 한 번 쓰다듬어 준다.
오늘도 할 일은 많다.
잘 가다가 뚝 끊어진 황매화를 군식하려면 작년에 심은 영산홍을 모두 옮겨주어야 한다. 서쪽 화단에서 동쪽 화단으로 이식해야 하는데, 동파 방지를 위해 잠가놓은 야외수도를 개방하기 이른 듯하여 잠시 망설인다. 일요일 비 예보가 있으니 좀 더 기다렸다 하기로 한다.
그래서 오늘도 화단 정리다.
흙쓸림 방지를 위해 돌멩이를 그냥 올려놓았더니,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자꾸만 무너지고 흩어지기를 몇 년째, 어제에 이어 '돌 심기'를 시작한다. 어제 해 본 경험으로 일은 수월하나, 급경사인 데다 뻗어 나온 나뭇가지로 작업공간이 협소해 '자세불량'!
다리는 저리고, 허리가 불편하다. 작업량은 어제의 반이지만 강도는 두 배, 오전의 작업량은 1시간 정도인데 아휴, 힘들어. 쉬었다 하자.

쪼그리고 작업하는 일은 참 힘들다. 허리도 펴고 움직일 겸 산책을 나서는데 지난번 그 나비다. 두 마리가 정답게 계속 붙어 다닌다. 같이 날았다가 같이 앉는다. 사진 찍을 만큼만 시간을 주고 휙 날아가 버린다. 아침엔 흰나비 한 마리도 날아오더니...... 경칩이라더니, 부쩍 새도 많아지고 날아다니는 나비도 여러 번 만난다. 신기한 24 절기.
산책을 다녀오니, 2시다. 남은 돌심기를 계속 이어가는데 작업량은 많지 않으나 자꾸 꾀가 난다. 앉았다 일어나면 어지럽기도 하고......, 겨우내 너무 쉬었나 보다. 모자를 썼더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이 것도 일이라고 땀이 난다. 힘든 일 뒤에 맛보는 뿌듯함. 정리된 화단은 자세히 보지 않아도, 참 이쁘다. 이 맛에 일을 한다.


솜씨 좋은 남편이 인동초를 올리기 위해 작년 가을 아치를 만들었다.
나무시장이 열리면 인동초와 가시 없는 엄나무, 작약 등 올해도 구매할 나무가 너무 많다. 인동초 심어야 할 자리에 펜스테몬이 버티고 있으니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 '자엽 펜스테몬'을 어제 정리한 2호 화단으로 이식을 해 주었다. 화단 맨 앞쪽, 꽃무릇과 수선화 사이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인동초와 펜스테몬 꽃을 보기 위해서는 이 정도 일쯤이야......, ㅎㅎㅎ 그러나 공짜로 되는 일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