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도전! 고전...

요술공주 셀리 2023. 3. 10. 14:21

"맨날 옮겨 심느라 고생하지 말고, 한 번에 잘 심어라." 남편의 말이다.
누가 그걸 모르나? 나도 한 번에 자리를 잡도록 심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이러고 있지......

인터넷으로 나무를 구매하려면, 택배가 가능한 1m 이내의 작은 나무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 큰 나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나무 가격보다 배달(용달) 비용이 턱 없이 비싸서 늘 작은 나무를 구매하곤 한다.

한 구루에 1,000원을 주고 구매한 20cm 정도의 '박태기'를, 3년 전에 심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속성수가 아닌데도 이 녀석이 몇 해 자라고 보니, 이웃한 영산홍과 부딪히고 나무 사이의 간격도 좁아져서, 이식만이 해결책이 되어버렸다. 남편에게 부탁을 해야는데, 또 그 잔소리를 들을게 뻔해서 "에라, 내가 해보마"하고 시작했다가 큰 코를 다쳤다.
 



영산홍과 목수국을 옮겨 심을 때 생각보다 쉽길래, 박태기 나무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을 땐 포기할 수 없는 상황. 삽질만 수십 차례, 360도를 돌아가며 삽질을 해서 간신히 뽑았지만 메인 뿌리가 뚝 끊어져 버렸다. 깊고 굵은 메인 뿌리와 씨름하느라 기진맥진. 팔 다리가 후들후들. 그러나 다친 뿌리를 보니 "에고, 미안해." 살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 쉴 틈도 없이 구덩이를 파고 정성을 다해 심어 주었다.

처음 목표는 '박태기나무 세 그루 이식'이었는데, 한 그루 옮기고 힘이 다 빠져버렸다. 한도 초과! 오전 작업은 여기서 마무리를 한다.
 

 


식사를 하고 충분히 힘을 비축해서 오후에 한 일은, 무너진 돌 쌓아주기.
엊그제 파서 옮긴 영산홍 빈 자리에 구멍이 생겨 발이 자꾸 빠진다. 무너진 곳이 서너개 밖에 안되는데, 이도 쉽지 않다. 오늘은 쉬운 일이 없다.
어려워서 하기 싫고,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일을 간신히 마무리하니, 하루가 또 저문다.
나무 한 그루 옮기고 화단을 정리했을 뿐인데......휴~우, 고전을 면치 못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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