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욕심이 과했다

요술공주 셀리 2023. 3. 15. 12:37

3월 15일이다. 나무 사러 가는 날.
달력에 표시해 놓고,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기다린 날이었던가?
아침부터 서둘러 원주의 농원에 갔다.
장날이면 꽃나무며 과실수, 상록수를 한 트럭씩 싣고 오시던 사장님이 일을 그만두신다고 했을 때, 참새 방앗간이 없어진다고 했을 때, 얼마나 섭섭하던지......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방앗간으로 직접 찾아 나섰다.

정리하는 농원의 모습은 부익부 빈익빈, 많은 것은 많고 정작 필요한 작약과 노루오줌은 아예 없었다.

미리 주문한 사과와 바이오체리, 목수국과 홍화산사, 인동, 병꽃, 자엽안개나무는 벌써 한 군데에 정리해서 모아 놓으셨다. "더, 구경해 보라"는 사장님 말씀대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홍매실과 스카이 로켓 향나무를 또 추가했다. 그래도 오늘은 충동구매는 하지 않았다. 나무시장에서 25,000원이던 홍매실은 10,000원에, 한 그루 60,000이던 스카이 로켓은 25,000원에 구입했으니 대만족이다. 다른 나무들도 반값에 주셨다고 했으니 잘한 일이다. 다만, 생각한 것보다 나무들이 커서 비용이 턱없이 모자랐다는 것이 옥에 티.
동생네, 윗집, 우리 집 세 집이 구매한 나무는 넉넉한 suv차량에도 간신히 구겨 넣었을 정도의 부피였다. 

그런데 많다고 생각했던 나무들이 각자 자기 집을 찾아가고, 장작더미 같이 많아 보이던 나무들을 밭에 내려놓으니, 어? 이상하다? 분명 엄청난 양이었는데, 몇 개 안돼 보이는 이유가 뭘까?
 



엄나무 두 그루, 스카이 로켓 두 그루, 무궁화 고광 두 그루, 인동 한 그루, 자엽 안개 한 그루, 목수국 아홉그루를 심었다. 오후에 여덟 그루의 나무를 심었더니, 팔이 아프다. 어깨도 뻐근하고...... 좁은 땅인데도 목수국은 고운 밭흙, 고광은 고운 진흙, 나무마다 흙이 다르니, 스카이 로켓 심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땅이 너무 딱딱해서 구멍을 파다가 포기! 애초엔 좌, 우로 심으려던 나무를 결국, 나란히 심게 되었다.
더 이상 삽질 할 힘이 없다. 사과나무 두 그루를 더 심으면 되는데, 사과야! 미안하지만, 내일 심으마!
 

 

 

 


윗집 사장님이 무거운 홍화산사를 동생네 집까지 날라다 주고, 목수국 아홉 그루를 심어주었다. 힘들 때마다 도와주는 윗집 부부가 오늘도 '엄지 공주'와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주었다. 고마운 사람들......
 


그런데 왜 나는 나무만 보면, 환장을 하는 걸까?
"일도 그래, 오늘 못 심으면 내일 하면 될 것을. 늘 무리하고 아프다고 하는 건지..."
나무만 심느라 열을 올리더니 정작 해야 할 일, 나무에게 물을 주지 못했다.
"아이고, 예야, 제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