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수선화가 얼었다

요술공주 셀리 2023. 3. 17. 08:30

하루를 푹 쉬었더니 생기가 난다.
일찍 일어난 아침,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에 이불속이 더 좋다. 깨우는 사람도 없고, 일 하러 갈 데도 없으니 누워있을까 하다가 수선화 생각이 나자 튕겨 나온다.
서리는 내리지 않았으나 땅이 얼었다. 포슬포슬해야 할 땅이 딱딱하다. 수선화꽃대를 만져보니 줄기도 딱딱하다. 순간, 나도 얼음! 우왕, 안돼~~~! 수선화가 이 정도면 아가인 은방울 수선화는? ㅠㅠ 고개를 숙였다. 땅에 코 박고 있다.
 



어제 아침, 쓸데없이 돌을 쌓고 엄나무를 옮겨 심느라 힘을 빼고는, 오후 내내 쉬었다. 거기까지만 했어야 했는데......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갔다가 3시쯤 물을 준 것이 화근인 것 같다. 물을 주려면 아침에 했어야 했다. 아니면 나무에게만 줄 것을......

오늘따라 날씨도 흐리다. 길어진 해가 햇살도 힘이 넘쳤건만 오늘은 구름까지 내편이 아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 어쩔거냐? 스카이 로켓이라도 살려야 한다. 흠뻑 물을 주었으니 뿌리가 얼었다면 큰일이다. 내려가면서 살펴보니 영산홍과 구기자 물 준 땅이 살짝 얼어있다. 살얼음이 내려 있다. 스카이 로켓 땅도 마찬가지. 나무줄기를 살짝 당겨보니 이야, 쑤욱 빠진다. 살았다! 땅속은 포슬포슬 맨 땅이다. 아이고, 고마워라. 두 덩이를 가뿐히 들어 아치 앞에 심는데, 또 돌멩이다. 이 땅은 돌멩이 천국. 나무 두 그루 심는데 1시간이라니......, 휴~~ 그래도 다행이다. 현관 입구에 '좌청룡, 우백호' 든든한 수문장이 생겨났다.
 



돌멩이 파내느라 힘이 빠졌지만 동생네 '홍화산사'를 살리러 간다. 동생은 토요일에나 올 수 있다니 이틀을 내방쳐 둔 홍화산사가 탈이 나면 안 된다. 키도 크고 흙 무게가 많이 나가 키다리 아저씨가 옮겨 준 나무다. 그런데 진짜 무겁다. 보일러실에서 꺼내놔야는데 도저히 들을 수가 없다. 그래도 힘을 내야 한다. 간신히 질질 끌어 와서는, 땅을 파서 뿌리만 덮어주었다.
 



"은방울 수선화야. 미안타!"
다 내 잘못이다. 마음이 급하고 기다리지 못해서, 그만 네가 탈이 났구나. 수선화는 햇볕이 나오면서 간신히 허리를 폈는데 아무래도 은방울 수선화는 꽃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축 처진 어깨를 만져주는데 너무 차갑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자니, 청개구리가 생각난다. 남편이 더 있다 심자고 말릴 때 들었어야 했는데, 물가에서 울고 있는 청개구리, 개굴개굴 그게 내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