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무리하지 말라"라고 예방주사를 접종하며 간호사가 말하는 걸 또 개무시하고 계단 화단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일요일 오후 내내 아무것도 못했다. 온몸이 무겁고 뻐근해서 무조건 누워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낮잠을 자고 나서, 저녁나절은 so good! 잘 자고 일어난 아침도 good!
한결 가벼워진 컨디션으로 꽃밭을 돌아보다가, 봉오리를 맺은 노오란 개나리꽃을 발견한다.
서울에는 산수유도 개나리도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독 관심을 갖던 차에 얼마나 반갑던지......
개나리는 지방에 따라 '어리자나무', 어라리나무', '연교', '신리화'라고도 불린다던데 개나리꽃으로 차를 만들고 술을 담근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꽃차는 혈행개선과 이뇨효과, 해독작용이 있다고 한다. '연교주'는 햇볕에 말린 개나리 열매를 술에 담근 것인데, 여성의 미용과 건강에 좋다고 한다. 법면의 '흙쓸림 방지'와 울타리로 땅을 사자마자 심은 개나리다. 너무 무성하게 잘 자라 정리하려고 캐내다가 결국 포기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올핸 노란 꽃으로 꽃차를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지난주에 심은 할미꽃이 피었다.
엄마집의 할미꽃은 자주색인데, 새로 피어난 꽃은 처음 보는 흰색이다. 희귀종인가? 당연히 자주색이려니 상상했는데 이변이 생겨났다. 흰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같아서 붙여진 '할미꽃'은 슬픈 추억, 슬픈 사랑, 사랑의 배신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한 할미꽃 이름에 어울리는 꽃말인 것 같아 유난히 양지를 좋아하는 할미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왜 애처롭다는 생각이 드는걸까?


벌써부터 나온 새순, 라일락 아니 '수수꽃다리'의 새순이 통통하게 물이 올랐다. 꽃눈인지, 잎눈인지 도무지 기억을 못 하겠으나 꽃이든, 잎이든 예년보다 일찍 터뜨려줄 거란 확신이 있어 기대를 해본다. 이름이 독특한 '미스김라일락'(미국인이 수수꽃다리 종자를 미국으로 가져가 품종을 개량한 뒤 붙인 이름인데, 한국에 근무할 때 같은 사무실 여직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은 오히려 토종이고, 특히 흰색꽃이 피는 라일락은 '수수꽃다리'라고 한다니 우리 집에 온 라일락을 나는 수수꽃다리로 부르고 있다. 4월이면 별채 앞 화단은 은은한 향이 퍼지는 흰색 꽃다리가 놓이곤 하니 말이다. 향기 나는 꽃다리에 기쁨이 앉아 있기를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