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의 기적
오, 예! 은방울 수선화가 살았다.
어제까지도 땅에 코 박고 있던 애기 수선화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일어났다.
춘분의 기적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이 오늘이다.
춘분(春分)이 되면 겨우내 길고 길었던 밤의 길이가 짧아지고 낮이 길어져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는 시기이다. 농부들의 손길이 한껏 분주해지는데, 친구는 벌써 감자씨를 파종(播種)했다고 한다.
강원도에도 양지 바른 곳엔 개나리가 별꽃을 매달았다.
수레국화도 새싹이 돋아났고, 수수꽃다리와 산수유 꽃도 빵 하고 터트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꿩의비름도 마치 장미꽃 같은 새싹을 틔웠다. 블랙 커런트와 접시꽃, 조팝, 자두, 복숭아 등 목 빼고 기다릴 땐 감감무소식이더니 화단 정리한다고 한눈파는 사이, 와글와글 앞다투어 싹이 나왔다.
2주 전에 올라갔던 산도 많이 달라졌다.
산수유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과 줄기에서 생강 향기가 나는 '생강나무꽃'이 노랗게 피어있다. 가시성이 높은 노란색꽃이기도 하지만, 군락으로 피어 있어 더 아름답고 눈에 띄었다.
작고 가녀린 분홍꽃도 피었는데 처음보는 꽃이다. 함께 간 이웃이 '올괴불나무'라고 하는데 꽃이 작아도 작아도 너무 앙증맞다.
등산을 하려니 초여름 날씨처럼 오늘은 덥다. 더워서 새로운 능선 길을 가려다가 하산을 한다. 송골송골 이마에 난 땀을 훔치려는데, 발밑에 또 노란 꽃이다. 올 들어 처음 보는 '뱀딸기꽃'이다. 흔하디 흔한 뱀딸기지만, 첫 만남은 늘 새롭고 반갑기만 하다.
(생강나무꽃)

(올괴불나무꽃)

(뱀딸기꽃)

작년에 비해 서둘러 나온 냉이랑 쑥도 이미 만나보았는데, 눈개승마 붉은 새싹도 마중 나온 지 오래다. 오래 기다린 만큼 반갑고 기쁜 봄이다. 새로운 생명이 깨어나는 기적. 그걸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서, 매 번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봄은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초록의 향연, 봄의 오케스트라가 막을 열였다.
(수레국화 새싹)

(큰꿩의비름 새순)

(곧 빵터질 산수유 꽃봉오리)

(수줍은 눈개승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