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2
'같은 하루'가 아니어서 살맛이 난다.
어젠 이웃집이 우리 집에, 오늘은 우리가 윗집의 초대를 받았다. 며칠 전 나무시장에 다녀온 터라, 집 집마다 새로운 풍경, 풍성한 경치가 생겨났다. 홍매실과 엄나무, 바이오 체리 등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꼼히 우리를 환영해 준다.
"음, 옥이씨가 제대로 마음을 먹었군."
직접 쑨 도토리묵에 노란 계란 지단과 붉은 김치, 홍색 당근, 송송 썰은 초록 파, 새까만 김을 덮은 오색 진미 '묵밥'이 식욕을 자극한다. 진한 육수를 한 입 후루룩 마시고는, 모두가 탄성! 역시 요리 장인 옥이 씨의 진한 맛이 우러난 묵밥이다. 요리라면 나름 관심 많은 동생이 먼저 "먹어 본 묵밥 중 최고"라고 감탄을 하고, 힘든 일을 마친 동생남편도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뜰에서 캔 쑥과 달래, 냉이, 민들레 등 봄을 버무려 부친 부침개는 또 어떻고......, 입 안에 퍼지는 봄의 향연! 이럴 때 TV에선 폭죽을 터뜨리던데......, 오늘도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클리어!
후식으로 직접 담근 상큼한 '모과차'까지 마시며 '화사한 봄의 오후'를 즐긴다.

동생과 연배가 비슷한 두 사람은 호호 하하, 2시간여 행복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 오는데, "왔어요?" 오랜만에 보는 동생을 반갑게 부르는 소리 있어 돌아보니 반장님이다. 차 한잔 주시겠다더니 '재스민 차'와 귀한 '하몽'을 내오시는 게 아닌가? 사장님이 4년을 숙성시켜 만든 귀하디 귀한 하몽을 맛보았다. 연못가 정자에서 맛본 하몽 덕분에 우리는 각자 다녀온 스페인의 추억까지 소환을 하고, 수다삼매경으로 해가 기운다.
동생이 야생화를 좋아해서 지난 방문 때에 본 '분홍 노루귀'를 보여주었더니, 반장님이 '보라색 노루귀'가 또 있다며 안내해준다. 산에는 '흰색 노루귀'도 있다고 하니 다음엔 꼭 보여달라 약속을 하고, 농사짓는 know how까지 배우고 저녁 나절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기쁨으로 벅찬 하루, 그냥 보내기엔 아쉽다. 호미와 망치를 들고와 계단 화단, 화단 계단을 쌓았다.
뿌듯함이 가득 찬 하루, 남편이 만들어준 돌 의자에 앉아 꽃밭을 바라본다. 어쩌다 이곳, 강원도에 초대되어 나는 이 사랑을 받고 있는 걸까?
사랑을 듬뿍 받은 하루, 하늘에도 봄맞이 팡파르! 폭죽이 빵하고 터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