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3동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함께 살고 있다.
가끔 그림도 그리면서......
사철 푸른 산이 집 앞에 있고, 걸어서 강에 가서 고기도 잡을 수 있는 곳에 집을 지었다. 잔디도 깔고, 해마다 꽃을 심었지만 늘 썰렁하고 규모도 없어 보인다. 자연 앞에선 꽃 몇만 원어치가 늘 보잘것없다.
그런데도 나무는, 심어 놓으면 제 구실을 잘해준다. 울타리로 심은 측백은 이미 2m가 넘는 키로 자랐고 개나리 또한 무성해져서 해마다 가지치기를 해주고 있다. 반면, 작년에 처음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준 '바이오 체리'가 있는가 하면 배와 사과, 다래는 여전히 꽃도, 열매도 보여주지 않는다. 자연과 어우러지고 4계절 볼거리를 위해, 봄이 되면서 나무를 심고 화단도 정리하고 꽃씨도 뿌린다. 그런데 특별히 표도 안 나고 큰 변화는 없다. 연일 바쁘기만 하다. 그래도 뿌듯하고 재미가 있으니 눈만 뜨면 밖에서 놀고 있다.
나무도 그렇지만 씨앗도 여러 가지다. 용담은 뿌렸어도 하나도 건지지 못했는데, 코스모스와 구절초는 말썽꾸러기처럼 천방지축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방팔방 다 영역 표시를 하고 다닌다. 뽑아도 뽑아도 살아남아 있다. 성격이 다 다른 사람들처럼 꽃들도 성격도 특징도 다 달라서, 나름 키우는 묘미가 있다.
오늘은 목화씨를 뿌렸다.
발아율을 높이고자 하루 동안 물에 담가 놓은 목화씨를, 똘똘한 녀석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를 하고, 여전히 붙어 있는 솜뭉치를 꼼꼼히 뜯어낸 후, 미리 준비해 놓은 밭에 심는다.


적당한 깊이로 땅을 파서 1~2개의 씨를 뿌리고 고운 흙을 덮어주었다. 일교차가 심한 강원도 날씨를 고려하고 "꼭 나와 달라" 부탁하려고 '비닐하우스'도 지어 주었다. 땅 면적이 넓은 메리골드에겐 베풀지 않은 특혜를 페튜니아와, 에델바이스, 목화에게는 특별히 비닐하우스 한 동씩을 분양해 주었다. 특혜 의혹을 받게 된다 해도 할 수 없는 일. 국토부에서 조사가 나온다 하면 내가 다 책임을 질 터이니 너희들은 따뜻한 집에서 둥지를 틀어다오. 제발 싹을 틔어주기를......
그런데 너무 쉽게 집을 지었다. 아, 날림공사라고 조사를 나오면 어떻게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