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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더

요술공주 셀리 2023. 3. 29. 18:02

나, 정말 핵인싸(insider) 인가?
오늘은 정말로 인기 있는 사람처럼 착각할 만큼,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오전엔 윗집 부부와 등산을 하고, 반장님과 수원 여사님, 수산나를 만났다.

" 언니는, 우리 동네 핵인싸예요."
동네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윗집이 한 말인데, 평소 안경을 잘 쓰지 않아서 혹여 실수하지 않을까 싶어,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는데, 대부분은 반갑게 응대를 해 주신다. 이 모습을 보고 윗집이 한 말이다. 인사를 할 때면 늘 "안녕하세요." 말을 하는데, 대부분 서로 웃게 되어 좋다. 그러다 보니 어떤 어르신은 어디 사느냐 묻기도 하시고, 같은 시간대에 산책을 하는 사람과는 아는 체를 하게 되는데, 수산나가 그렇게 알게 된 사이가 되었다. 우린 또 성당에서, 교우로 다시 만났지만......

오늘 산책은 10시다. 겨울엔 따뜻한 오후 시간이었는데, 기온이 오르면서 오전으로 앞당기게 되었다.
자주 오르는 산에도 초록이 점점 많아지고 꽃들도 점점 많아진다. 시간과 자연의 힘을 실감하며 내려오는데 또 반장님을 만났다. "차 한잔 하고 가라"해서, 집으로 들어가 1시간여를 보내고 점심때가 다 되어 돌아왔다.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데 인기척이 들려 나가보니 '이웃'이, 바위솔을 한 바구니 들고 오셨다. "어머나, 이걸 직접 갖다 주시고... 감사합니다." 했더니, 산책하는 나를 만나면 주려고 캐 놓았는데, 만나기도 힘들고 말라가는 바위솔도 안타까워 직접 왔노라 했다. 이웃은 어색해하면서도 집과 화단도 구경하고, 차도 한 잔 하고 가셨다. '우단동자'와 '풍선초' 씨앗을 포장해 드렸더니, 둘 다 처음이라며 좋아하셨다.
 



점심식사를 하는데 "쑥떡을 했으니 시간이 되면 건너오라"고 수산나가 전화를 했다.
수산나 집도 처음 방문이다. 엄마가 겨우내 저장하신 씨감자를 가지고 갔는데, "필요한 걸 주셔서 감사하다." 며 차와 직접 빚은 쑥떡을 내오는데, 집에서 캔 참나물 무침과 동치미까지, 한 상을 차려 주었다. 점심 식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가 부른데도 동생과 나는 또 포식을 했다.
수산나 집은, 아늑하고 정감 있게 지은 황토벽돌집과 별채, 정자가 뒷산을 배경으로 요묘조모 쓸모 있게 잘 지어진 집이다. 풍광 좋은 view맛집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자니, 수려한 산과 나무, 자연이 주는 포근함 때문에 일어나기가 싫다. 볼수록 아름답고 정겨워 자주 놀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2시간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친정동생처럼, 데친 참나물과 쑥떡, 간식거리까지 또 한 보따리를 챙겨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바위솔 이웃'을 또 만났다.
"잠깐 들어오세요" 하더니, 매발톱과 야생화, 이름은 모르지만 꽃이 예쁘다는 꽃씨 두통을 또 나누어주었다. 매발톱과 이름 모를 야생화는 꽃밭에 심고, 이름 모를 씨앗은 동네분에게 물어보고 다음에 뿌려야겠다.
 



오늘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오늘 대체 몇사람을 만난 거야?
"이웃 풍년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를 실감한 하루다.
물론 나는 핵인싸가 아니다. 그러나, 따뜻하고 배려 깊은 사람을 좋아하고, 소통과 함께하기를 좋아한다.
 
성당에서 만나는 교우들과, 동네 이웃과 소통하며 지내면서, '함께 살아가는 맛'을 느낀다. 어려움은 나누고 기쁨은 공유하며, 어려울 땐 도와주고, 기다려주면서...... 
이렇게 되어져서 좋고, 이렇게 할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한다. 
 
후후후, 오늘은 주인이 바빠서 밭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쉬게 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