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쉬운 일이 없다

요술공주 셀리 2023. 4. 1. 11:47

왜 법면에 심었을까?
범의 꼬리처럼 우아하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범의 꼬리'  20여 개를 사다가 흙을 잡아 주라고 법면에 심었다. 땅도 척박하고 비가 오면 여전히 흙이 쏟아져 내려온다. 심은 꽃이 몇 해가 지나니, 개체수는 무섭게 늘었지만, 촘촘해져서 꽃이 피지 않는다. 아, 꽃이 피기는 하는데 강아지 꼬리만도 못하게 한 두어 개 피워주고 있다. 솎아 줘야겠다고 생각하기를 또 한 해, 오늘에서야 실행에 옮긴다.
 



법면 작업은 늘 고행이다. 앞은 경사, 뒤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낭떨어지......, 균형을 맞춰 솎아야 하는데 오늘도 대충대충. 그래도 50~60여 개를 캐서 남편이 새로 정리해 준 아래 화단으로 이사를 시켰다.

이제 막 싹을 틔운 터라 이파리보다 뿌리가 더 길다. 부피로 보았을 땐 작았는데 양이 많다보니 심을 구멍만 60여 개.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게 제일 힘든다. 오전에 1~2시간 일하면 딱 좋은데 늘 초과를 한다. 한 평도 안 되는 곳에 이식하는데도 다리가 절인다. 그래도 끝을 봐야 하니......
 



90이 다 된 엄마가 감자를 심으신다.
집안일보다 농사일을 더 좋아하시니, 아침 일찍 씨감자를 가지고 오셨다. 준비한 것만 2박스다. 작년에도 수확한 감자가 많아 여러 집에 나눔을 했는데도, 남아서 고생을 했다.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게 1박스는 살짝 감추고 시치미를 떼었다. 처음 계획은 4 두둑이었는데, 이도 한도 초과, 5 두둑을 심고도 또 남았다.
 



체력이 남아야 하는데, 늘 고단함이 남는다. 엄마도 나도, 오전 작업으로 기진맥진! 90노인인 엄마도 하시는데, 나는 뭐람? 이렇게 체력이 약해서야 원......
점심 준비할 힘을 비축하려고 초콜릿을 먹고 좋아하지 않는 과자도 먹는다.
 



한국사람은 밥심이라더니, 두둑이 먹은 점심으로 다시 힘을 얻는다.
데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는 타임. 이제야 만개한 개나리꽃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이쁘다.
만개한 개나리 꽃으로 내 잇몸도 만개! 
엄마도 나도, 꽃범의 꼬리와 감자꽃이 만개할 6월을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