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초록은 동색

요술공주 셀리 2023. 4. 4. 16:34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 중 단연코 1위는 산과 나무인데, 며칠 전부터 나무들이 날마다 새로운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처음엔 나무 가지 끝에만 볼그스름한 색으로 입더니, 엊그젠 노란 연두로, 오늘은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게다가 나무마다 색깔이 다르니 green색을 좋아하는 나는 신이 나서 미칠 지경이다.
 

 



우리나라 말은 참 재미가 있다. 특히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는 웃음이 나올 정도. 왜냐하면 단어만으로는 정확한 색상을 상상할 수 없으나, 정확하지 않아도 묘하게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빨갛다, 볼그레하다, 싯뻘겋다, 붉으죽죽하다, 짙은 빨강, 밝은 빨강, 어두운 빨강, 검붉다 등 등. 대충 어떤 색상일지 감은 오지만, 물감으로 색칠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게 뻔하다.

녹색(green) 계통을 표현하는 단어도 매우 다양하다. 노랑연두, 연두, 녹색, 초록, 청록, 진초록, 연초록 등. 녹색 또한 앞에 '연', '진' 등의 형용사를 붙이면 매우 많은 녹색으로 구분될 것이다. 물감에 붙이는 영어이름도 상황은 비슷하다. 'brilliant yellow green', permanent green light', 'emerald green', 'bright aqua green', 'sap green', 'hooker's green', 'olive green', 'viridian hue' 등. 36색 아크릴 물감에 적혀 있는 이름인데 더 많은 물감 케이스에는 어떻게 명명했을지 매우 궁금하지만, 우리나라 말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에 나열한 물감에 빨, 주, 노, 초, 파, 남, 보와 흰색 또는 검은색을 섞어 주면 수백, 수천 가지의 green을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 점점 자라면서 변화하는 이파리 색은, 물감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무지 많다. 자연의 그 순수한 색상을 물감색으로는 감히 따라갈 수 없다는 것. 거기에 햇빛의 양과 날씨 까지 합한다면 자연은 수 만 가지의 색상을 연출할 수 있다. 같은 나무인데도 화창할 때의 나뭇잎과, 오늘처럼 비가 올 때의 촉촉이 젖은 나뭇잎의 색상은 전혀 다르니 말이다. 그 어떤 화가가 자연의 빛깔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눈을 뜨는 아침이면, 오늘은 나무가 어떤색 옷을 입었을까 궁금해서 블라인드를 걷어 올린다. 블라인드가 올라갈수록 떨리고 설레고, 기쁨이 차오른다.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시골생활의 특혜요, 선물이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녹색으로 변해가다 녹음이 짙어질 때는 여름이다. 봄부터 단풍이 들기 전까지의 green색의 향연!  일곱 색깔 무지개만큼 변화무쌍한 초록의 축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