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첫 만남
손주가 태어났다고 했을 때, 야호! 하고 함성을 질렀었다. 노총각 아들이 늦게 결혼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손주가 늦다. 아들이 날마다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는데 보고 또 봐도 그저 이쁘고 사랑스럽다. 자동 미소! 그 손주를 보러 서울에 간다.
손주를 만나기 위해 목욕도 하고, 아들이 시키는 대로 '백일해' 예방 주사도 맞았다. 아주 오랜만에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향수도 치익, 뿌려준다.
손주는 아들이다. 건강하게 잘 태어났는데 둘 째날부터 호흡에 문제가 생겨 인큐베이터에서 열흘을 보냈다. 양수가 폐로 들어가는 경우는 종종 있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 열흘이 얼마나 길던지......
그랬던 손자가 태어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얼굴이 통통해지고 나날이 예뻐지고 있는데 먹고, 자고, 비우고, 울고의 연속이란다. 울고, 찡그리고, 하품하는 모습만 보아도 하트 뿅뿅, 돈을 주고도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나도 그런 할미가 되었다.
집에 도착했을 땐 마침 손자가 깨어있을 때, 손부터 씻고 옷을 갈아입는데 마음이 급하다. 아주 오랜만에 아기를 안아보니, 포근하다. 아기의 따뜻한 체온과 은은한 향기가 전해져 온다. 행복하다! 얼마나 기다린 순간이었나?
더 안고 싶은데 목욕할 시간이란다. 울지도 않고 얌전해서 물어보니, 목욕을 좋아한단다. 목욕을 했으니 또 자야지. 안고 재우는데 아들을 키울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안고 재웠을 텐데 그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할머니 품에서 잠든 손주를 침대에 눕히고 내려다본다. 너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길래 이리도 곱고 귀한 존재일까? 손자와 함께 있고 싶으나 강원도에서 준비해 온 참나물과 눈개승마를 무치고, 더덕구이를 위해 양념을 발라주었다. 아가 때문에 '밥을 마신다'는 며느리를 위해 시원한 소고기 뭇국도 끓였다.
응애응애 아기 울음소리다. 우유 먹을 시간이란다. "내가 하마" 했는데, 젖병을 빠는 힘이 엄청나다. 중간중간 쉬었다가 다시 먹고 하기를 반복하더니 또 잠이 든다. "꺼억" 트림을 하고 다시 잠든 손자가 못내 아쉽다. 24시간 중 20시간을 잔다는 신생아다.
자는 손자방에 자꾸만 들어가고 싶다. 손가락도 만지고 볼도 만지고 싶고......, 아들과 며느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내일 내려갈 계획으로 왔는데 하루 더 있다 갈까? 손자와 4시간 함께 있었는데, 난 어쩌면 좋니? 손자 바라기가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