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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인기는

요술공주 셀리 2023. 4. 7. 11:52

초등학교 신입생인 '아림'에게서 전화가 왔다.
"꼬꼬할미 보고 싶어요." "그럼 강원도에 오면 되지." 했더니, "금요일에 갈 거야." 한다.
헉, 오늘 동생네, 조카네가 다 내려온다는 이야기네. 우와 신난다. 어제는 내 손주를, 오늘은 조카 손주를 만날 수 있으니......
 
내려오는 시외버스 안에서도 온통 아이들 생각뿐이다.

"아림아, 학교 가기 재미있어?" 했더니, 자랑이 늘어진다. 엊그제 화재예방교육이 있었단다. 차량에 화재가 난 상황을 연출했는데, 연기가 나고 냄새와 소리 등으로 제법 실감이 나는 상황이었나 보다. "우와, 무서워서 우는 친구도 있었겠네?" 했더니, "그럼, 내가 울었잖아." 한다. 우하하! 함께 듣고 있던 가족 모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27개월 된 '아정'은 언니 덕분에 또래보다 말을 너무 잘한다. "꼬꼬할미, 까까 주세요, 제발" 그러니 안 들어줄 수가 없다. '제발'이라는 단어는 대체 누구한테 배웠을까?
언니가 꼬꼬할미 옆에 앉으면 아정도 옆에 와 앉는다. 아림이 안아달라 하면 동생도 똑 같이 안아달라고 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27개월 된 아정이가 엊그제, '꼬꼬할미 보고 싶다'라고 했단다. 어떻게 그 어린아이가 그런 말을 했을까? 믿어지지 않았는데, 아림이를 보고 이해가 갔다. 언니를 그대로 따라 하는 아정이다.

강원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대충 정리하고 쑥을 뜯는다.
조카네와 동생네에게 '숙부침'을 해 주기 위해서다. 엊그제 온 단비로 쑤~욱 자란 쑥은 제법 뜯을만하다. 여리지만, 잘 자란 쑥으로 부침개를 해다 주었다. 뜯자마자 씻어서 따끈따끈하게 프라이팬째 배달했으니 맛있을 수밖에......

이 번엔 남편 차례.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 저녁상에도 봄이 가득하다. 쑥부침과 더덕구이, 봄나물 무침이다. 술안주로 멍게까지 잘 먹은 후, 따끈한 국물을 찾는데 서울 다녀오느라 국을 끓여놓지 못했다. 걸어서 1분 거리인 동생네에서 소머리국밥을 공수하러 오니, 아이들이 꼬꼬할미 왔다고 난리다. 남편에게 따끈한 국 배달을 했더니 급 칭찬을 한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동생네 집으로 다시 귀환, 꼬꼬할미 다시 왔다고 대환영 세레모니!
우 아정, 좌 아림을 한다. 좌 청룡 우백호보다 더 든든한 행복이다.
떨어지지 않는 아이들, 아내를 찾는 남편, 아이고 이 놈의 인기를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