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곱나기
아들이 결혼을 한 지 1년이 되었다.
결혼한 아들에게 살던 집을 내어주고 우린 여기로 내려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아들을 낳아 가족 한 명이 더 늘었고, 손주를 보러 살던 집에 가면 며느리와 손주가 새 사림이지만, 살던 집은 늘 익숙하고 편해서 좋다.
날마다 산책하는 부부가 있다.
시간이 맞으면 자주 만나기도 하는데 그날은 바로 우리 집 근처에서 딱 마주쳤다. 봄이 오는 길목, 지난 2월의 일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집에 살아요.", "반갑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3월, 성당 반모임에서 우린 다시 만났다. 산책 길의 그녀가 바로 ' 수산나'였다. 그녀의 매력은 조용조용, 차분차분 속삭이듯 말하는 것. 차분한 그녀의 매력에 끌려 우린 서로 왕래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옥이와 함께 수산나집에 가게 되었다. 옥이는 팥죽을, 나는 '루엘리아 화분'을 들고서......
지난 방문에는 씨감자를 주었다고 감자전을 부쳐주더니, 오늘은 비가 온다고 김치전을 해 주었다. 빗소리를 배경 삼아 '경쾌한 우중 토크'를 하고 있는데 으아리를 캐 가라고 반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아쉽지만 우린 "다음에 다시 오마"하고 수산나 집을 나오는데, 수산나는 옥수수튀김과 '참나물 씨앗'을 손에 들려주었다.
"비 올 때 심으면 좋아요. 소나무 밑 '으아리' 어서 캐가요." 반장님 전화를 따라 옥이와 함께 이 번엔 반장님 댁으로 갔다. 소나무 밑 으아리는 가늘고 야리야리한 아기, 그러나 뿌리는 넓고 긴 청년이었다. 으아리 한 개는 오른손에, 옥이가 준 팥죽은 왼손에 들고 의기양양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리는 비가 속삭인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어. 너는 그걸 느끼기만 하면 돼." 오늘도 내 마음에 새겨진 느낌표 하나, 이웃 때문에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는 기적, 그게 행복이다.
아치 아래엔 으아리를 심고, 눈개승마 옆엔 참나물 씨를 뿌려주니 방풍나무와 함께 우리 집에도 나물 존이 생겨났다.
"친구들아! 우리 집으로 시집을 왔으니 잘 자라다오."
친구들이 어린이가 되고, 청년이 되면 나 또한 다른 이웃에게 나눔을 해야겠다. 행복 릴레이의 시작! 오늘도 이웃 때문에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