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심은데, 초록 나온다
일찍 잤다고, 일찍 일어났다.
새벽 5시. 잠이 오지 않아 tv를 보다가 아침이 밝았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다'보니 늘 할 일이 있다. 일곱 시 반부터 우린 작업에 몰두한다. 남편은 수도를 보수하고, 난 덩굴장미가 이사할 새집을 미리 정리한다. 덩굴장미를 이사시키려면 개나리를 내보내야 하는데, 제 집이라고 박박 우기니 할 수 없이 강제철거를 시키는데, 떡 버티며 뿌리가 또 말썽이다.
개나리와 싸우다가 힘을 다 소진해 버렸다. 뿌리는 깊지 않은데 삽질만 하려면 자꾸 돌이 걸려서 호미로 뿌리를 캐내려니 또 중노동이다. 일단 포기!
물 한 컵을 다 들이키고 한 박자 쉬었다가, 어제 다 못한 화단을 마무리한다. 어쩌다 날마다 돌을 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땅을 사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돌을 고르는 일이었다. 집을 짓기 전에 울타리로 사철나무를 심었는데 삽에 걸리는 족족 돌 천지였으니 그 돌을 나르기도 힘들고 버릴 데도 없어 시작한 일이 돌을 심어 경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몇 년째 돌을 심고 있다.
동, 서, 남, 북이 다 돌 경계다. 1, 2, 3, 4 화단마다 돌로 경계를 쌓았다. 힘들게 땅을 파고 돌을 심는 이유는 다 잔디 때문. 잔디 뿌리가 화단 안으로 월담하지 못하도록 방지턱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래도 천지사방의 돌이 고맙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했는데 땅 속에 돌 천지여서 계단 화단도 만들고, 잔디 방지턱도 만들고, 주차장 바닥도 돌방석을 깔았으니, 제주도에 돌이 많다지만 여기 만큼 많을까?
마음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돌을 심었더니, 초록이 나왔다.
아니지, 초록을 심기 위해 돌을 심는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