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남편의 장미 아치

요술공주 셀리 2023. 4. 16. 12:28

다래와 포도, 수세미를 기르기 위해 남편이 나무 아치를 만들었다.
아치는 보기도 좋고 초록을 올릴 수 있어, 인테리어 효과도 만점이다. 잘 만들기도 했거니와, 주위와 잘 어울려서 풍선초 아치가 또 생겨났는데, 생긴 모양은 단순하지만 이 번엔 덩굴장미 아치를 또 만들게 되었다.

몇 년 전, 전원주택의 필수 아이템인 덩굴장미를 사 왔다.
흰색이나 파스텔톤으로 사 오라 일렀건만 "빨강 밖에 없어서..." 라며 남편이 양평에서 사 온 덩굴장미 네 그루를 데크 앞에 심었었다. 나무아치 양쪽에 두 그루씩 나누어 심었는데, 작년에 주차장을 만들면서 두 그루를 아래 땅으로 이식을 했다.

화려한 장미엔 유난히 벌레가 잘 생긴다. 여린 연두색 새순도 꽃처럼 예쁜 장미에게 벌레는 최악이다. 꽃을 보기 위해선 가끔 약을 뿌려줘야 한다. 그런데 데크는 우리 부부가 차를 마시고, 손님을 맞이하는 곳. 그런 곳에 장미에 뿌리는 약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결국, 두 그루는 작년에 주차장으로, 남은 두 그루는 이 번에 서쪽 창가로 이사를 시키게 되었다.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다.
방부목을 사 오고, 데크와 지붕높이를 고려해 재단을 해서 톱질을 하고, 스테인을 칠해주기 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비가 오는 날은 작업 중지, 아내가 해 달라는 급한 일을 해주다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장미 아치를, 이주일이나 걸려 이제야 완성을 했다. 남편의 솜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가시가 있는 나무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조립식으로 만들었다며 자랑을 하는 남편에게, 칭찬 한 다발과 존경 두 다발을 선물해 주었다.

이식을 위해 두 그루의 장미를 캐내면서, 굵은 가시에 여러 번 찔렸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조심, 또 조심. 간신히 옮겨온 덩굴장미가 새 집에 둥지를 틀었다. 덩굴장미는 이제서 제 집을 찾은 듯 아치에 기대어 편안해 보인다.

장미 심은 곳이 옆집과 경계라서, 빨강꽃이 피면 두 집에서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좋고, 차폐기능까지 갖추어 양쪽 집의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장독대와 덩굴장미',
서쪽에 새로 생겨난 이 아이들은, 여름이 되면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새롭고 이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