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오늘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오늘, 낚시했어?"
출장지에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아직 수온이 낮아. 그러니 안 잡히지." 한다.
내 티스토리 열혈팬인 남편이 '낚시'를 그새 읽은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리는 단골이다 보니 '오·탈자'는 기본이요, 이상한? 내용은 대놓고 수정하라는 등, 남편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티스토리를 시작한 지 9개월이 되었다. 박교장님의 조언과 막냇동생의 도움으로 시작했는데 '생활의 에너지',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하루 중 의미 있거나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또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소소한 일상을 '일기'처럼 정리하는데, 글 쓰는 재미도 있고 '기록'의 의미도 있어,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 티스토리를 만들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소개를 했을 땐, 쑥스럽고 조심스러웠다. 왜냐하면 '개인의 일기를 공개' 하는 것 같아서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불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젠 직장 동료였던 민쌤이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아니 언제 또 할머니가 되셨대요?", "농부 다 됐던데, 상상이 안 가요." 한다. 내 일기를 읽은 사람이다. 그러니 이럴 땐 설명이 필요 없고 대화는 술술 풀리기 마련이다.
"언니, 왜 그랬어."
엄마가 주인공인 일기는 매우 조심스럽다. 동생이 또 전화로 따질지 모른다. 엄마의 실수와 아픈 이야기를 동생이 좋아할 리 없으니......
'고이기원 유작전' 전시회 때엔, 가족들에게 안내 및 홍보의 역할도 해 주었다. 가족 단톡방이 있기는 해도 자세한 내용을 일일이 적을 수 없는데 티스토리에선 가능했기에, '정보 공유의 순기능'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물론 역기능도 있으나, 그건 아주 미미할 뿐이다.
오늘도 따뜻한 햇볕을 쬐며 쑥을 뜯었다.
숙원사업 리스트에 포함된 '쑥떡'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왕 강원도에 왔으니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 뜯은 쑥으로, 찰 떡도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쑥절편도 해서 가족과 이웃과 나누어 먹고자 한다. 그런데, 쑥이 어마무시 많아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다. 이 역시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하는 일이라서 일의 강도가 높다. 오늘이 세 번째 작업인데 최소 두 번은 더 뜯어야 한다니, '건강한 쑥떡'을 먹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김치를 직접 담가 먹다 보니 쉬어 꼬부라진 김치 한 조각도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쑥떡도 엄청 소중하게 먹을 것 같아요." 쑥을 뜯으며 옥이에게 내가 한 말이다. 1시간여 작업을 했더니 무릎도 허리도 뻐근하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데 부녀회장을 만났다. 산에서 나물을 채취했다는데 배낭 한가득, 바구니 한 가득이다. 햇빛에 익어 볼그레한 얼굴로 나물을 보여주는데 표고버섯, 미역취, 땅두릅, 오가피순, 이름도 모를 온갖 나물이 가득하다. 때론 돌에 차이면서, 때론 나뭇가지에 찔리면서, 허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꿇어가며 중노동을 했을 회장님이 존경스럽다. 노동의 강도를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기계와 농기구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도, 시골은 여전히 손과 몸으로 일을 하고 있다. 땀과 노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농산물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티스토리를 읽고 남편이 전화를 할 것이다. "쉬엄 쉬엄 해. 무리하지마."
그리고, 생각하겠지. 아, 조만간 내가 좋아하는 쑥절편을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