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삼색 비빔밥과 쑥국

요술공주 셀리 2023. 4. 22. 15:52

오랜만에 찐한 외출을 하고 왔으니 피곤할만하다. 강원도에서 충청도를 하룻 만에 다녀왔더니 늦잠을 자고 넉넉한 시간에 일어났다.

그런데, 남편은 벌써 '노동삼매경'이다. 물 빠짐을 위해 진입로에 돌방석을 만들었는데, 마음이 바뀌어 그곳에 잔디를 심기로 했으니 오늘은 그 돌을 다시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골살이 초보들이라서 오늘은 돌을 쌓고 내일은 다시 돌을 걷어내고......, 우왕좌왕! 번복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남편을 도와 돌작업을 하고 있는데 "띠링 띠링" 그라시아 형님의 전화다. 어제 산에서 캐온 나물이 있으니 와서 가져가란다. 한 걸음에 달려갔더니, 오가피 순과 산두릅, 그리고 벌써 이름을 잊어버린 뭔? 나물을 싸 주신다. "되도록 양념은 가볍게, 파와 마늘도 넣지 않는 게 비법"이라고 가르쳐 준 대로 된장베이스로 산나물을 무쳐본다. 새로 한 밥과 세 가지나물, 옥이표 열무김치를 쫑쫑 썰어 곁들이고, 계란부침을 해서 올리니 녹색 나물, 검정 잡곡밥, 노란색 계란이 어우러진 화려함이 눈에 먼저다. 먹기 좋은 떡이 맛있다고 했던가? 푹 우려낸 멸칫국물에 된장을 풀어 갓 캐낸 쑥을 넣고 한소끔 끓여준 구수한 쑥국도 완성이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삼색 나물 산채 비빔밥과 쑥 된장국이다. 부모님께 배달해 드렸더니, "맛있다"를 연발하시며  잘 집수신다. 아이고, 좋아라. 부모님이 만족하시니 더없이 기쁘다.
 
이웃에게 산 들깨 한 말로 방앗간에서 '들기름"을 짜왔다. 6kg 들깨로 짠 기름은 약 250l, 소주병 7개들이 양이다. 계산을 해보니 일거양득이다. 국내산 신선한 들기름을 먹을 수 있다는 점 하나, 국산이라지만 신뢰도 떨어지는 들기름 360l 한 병값보다 더 저렴한 비용이라는 점 또 하나, 저렴한 비용으로 국내산 신선한 들기름을 먹게 되었다.
 



오늘 비빔밥엔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넣었다. 방앗간에서 갓 짜온 들기름 한 방울 톡 떨어뜨린 비빔밥이라서? 아님 내 솜씨 때문? "맛있다. 비빔밥!"
맛있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산에서 갓 따온 신선하고 청정한 나물과 잘 익은 열무김치를 넣고, 직접 담은 된장 양념으로 무쳤으니 무조건 맛이 있을 수밖에, 거기에 갓 짜온 들기름을 부었으니 보기 드문 호사다.
우왕, 강원도 비빔밥 유후후! 된장 쑥국, 유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