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화가 김두영

요술공주 셀리 2023. 4. 22. 20:22

화가 김두영.
초대장에 쓰여진 선명한 글씨를 읽으며 '부럽다'고 생각했다.
미대를 졸업했다고 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다 화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림을 그려보니 잘 그리고 싶고, 화가도 되고 싶더라.

김두영의 네번 째 개인전을 보기 위해 공주에 도착하니 3시다.
오픈하는 6시까지는 세 시간이나 남았다. 절친인 복주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 걸음에 달려왔다. 사진 작가 김명국과 인사를 나누고 세 사람은 사진 이야기, 시 이야기, 그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인인 복주는 김작가와 내게 자신의 시집 '날 무딘 호미 하나'를 건네주었다. 센스쟁이 김작가는 두 친구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 친구와 나는 추억의 장소, 곰나루를 산책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단골 소풍지였던 곰나루는, 변한 것은 있어도 여전히 키 큰 소나무와 강 나루는 내 친구처럼 그대로였다.
 

 



무령왕릉 근처의 야생화전시회도 둘러보고 김작가에게 선물할 으아리도 구매해서 전시회장에 도착하니 화환과 사람들로 북적북적, 축제전야의 분위기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시작한 개막식은 내빈소개부터......, 기관장과 미술 관계자들, 참석한 대부분을 소개하는데 지루하리만큼 내빈들의 축사도 길다. 드디어 주인공인 김두영의 답사 차례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중학교 미술선생님 덕분입니다. 가난한 제게 미술연필과 도화지, 물감을 사 주시고 미술실 열쇠를 맡겨 주신 선생님 때문에 화가를 꿈 꾸게 되었습니다. 은사님을 여기로 모시겠습니다." 갑작스런 호출에 얼떨결에 불려나간 내게 제자는 넙죽 큰절을 해서 얼마나 당황을 했던지, 마이크를 건네 받은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ㅂ중학교 근무 시에 그렇게 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두영은 어릴 적부터 아픈 기억이 많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족은 홀어머니의 리어카행상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두영은 어려운 형편으로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그림을 놓지 않았다. 공고를 졸업하고 미대에 진학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디자인을 전공한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강사를 하면서 가족을 돌보고, 작업 활동도 병행하는 지난한 생활을 오로지 화가가 되기 위한 꿈 때문에 버티어 낸다.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룬 화가의 길이기에, 가히 그를 존경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독학을 하고, 생활과 그리기를 동시에 해보았기에, 가난한 후배들을 챙기고 도와주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사람'이 김두영이다.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었을 때, 흘린 눈물이 그래서 김두영 개인전 전시장에서도 울컥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직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에 가난도 역경도 이겨내고 '화가'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고 거침 없는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음이리라.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어찌 김두영뿐이랴.
성공한 사람도 많고, 그 성공이 다 내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 내 성공이 부모와 스승, 그리고 이웃 때문이라고 하는 김두영. 제자이지만, 그래서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화가로 우뚝 선 작은 거인.
화가의 꿈을 이루었지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작품에 백제의 얼을 깃들이고 싶어한다. 서울미술대상전 수상, 국제환경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 현재 한국예총 감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새로움에 도전하는 화가다. 사람 김두영이 그림 앞에서 빛이 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