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초록초록 기차

요술공주 셀리 2023. 4. 30. 11:38

칙칙폭폭 기차를 탔는데, 서울행 ktx는 초록초록 하면서 지나간다. 새 잎 나와 연두색이던 나뭇잎이 4월이 지나면서 어느새 녹색으로 바뀌었다. 산과 들에, 어제 온 비가 한 움큼 녹색 물감을 뿌렸기 때문이다.

 

한바탕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던 강원도가 조~~ 용, 급한 일이 생겼다고 조카네가 서울로 출발했다. 비 때문에 그네도 타지 못한 아정이가 "할미, 강원도 또 올게."하고 갔으니 약속을 잘 지키는 손녀들은 조만간 또 내려올 것이다.

 

손자 만날 생각에,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다. 작은 아들도 우릴 만나러 큰 애 집에 온다고 했으니, 얼마만의 가족상봉인가? 쑥을 뜯어 절편을 만들고, 방앗간에서 짜낸 들기름도 챙기고 아들 좋아하는 장조림과 아침에 뜯은 상추까지 한 덩어리의 묵직한 보따리가 생겼다. 아들이 아무것도 필요 없다 했는데, 이거 가져갔다고 잔소리를 듣는 건 아닌지......

아들네 집에 도착하니, 손자는 막 잠이 들었다고 한다.
빨리 보고 싶지만, 기다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자는 아이를 들여다보는데, 아들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재우기 너무 힘들어요. 이따 실컷 보실 테니, 기다리세요." 한다. 태어난 지 이제 두 달이 된 아가다. 두어 시간 지나니 먹겠다고 우는 손주에게, 우락부락한 아들이 분유를 먹인다.
각도는 이렇게, 분유병은 너무 꽉 쥐면 안되고......,  무뚝뚝하고 시크한 아들이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데 아주 노련하다. 못 보던 모습에 웃음도 나오고, 한편 대견한 애아빠의 모습이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잠깐만요." 하고 방에 들어갔다 나온 손주가 목걸이를 하고 나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꽃 대신 다민이가 왔어요'라는 리본을 걸고 나온 손주 때문에 우리 부부는 박장대소! 할아버지와 손주의 첫 만남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었다. 역시 우리 며느리다. 며느리의 재치와 유머에 웃음꽃이 만발, 웃음으로 가족 모두 대동단결되었으니, 손주가 벌써부터 효자노릇을 한다.  

신록의 계절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인 만큼 천지가 청소년의 기운을 내뿜는다. 혈기왕성한 초록이 생동하기까지 내 손주도 쑥쑥 자라주겠지? 어린이날을 미리 축하하려고 손주 선물을 준비했다. 그런데 내 손주, 어린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