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새 세 마리
남편이 만들어준 책꽂이를 애용하고 있다. 작은 공간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그 아래, 남은 공간에 붙박이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만들 수 없다"는 대답이다. 아니, 남편이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나무가 없나? 더 급한 일이 생겼나??
"자기야, 이리 좀 와봐."
창고에서 남편이 다급히 부르길래 달려갔더니,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쉿, 조용히......" 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 보니 아니, 이게 웬 둥지? 새 집이 있다. 의자에 올라가 가까이 보니 분명 새 둥지다. 깃털도 보이고......


남편이 톱질을 하거나, 작업을 하고, 농기구나 허드레 짐을 보관하려고 창고를 지었는데, 작년에도 새가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낳았었다고 한다. 남편이 창고 정리를 하다가 쓰레기인 줄 알고 치웠는데, 꼼지락 거리는 물체가 있어 손으로 주워 박스에 넣어줬지만, 너무 어린 새들은 안타깝게도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고 한다. 그 기억이 생생해서 이 번엔 새둥지를 발견했을 때, 작업을 멈추고 관찰을 했다고 한다. 어미새가 창고 주위를 유심히 살피고 창고 밖, 두릅나무 위에 앉았다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가더라고 했다. 얼마나 세심하게 주의를 하는지 절대 한 번에 날아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작년처럼 새가 가버릴까봐 모든 작업은 중지, 개점휴업이라고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아기새가 궁금해서 남편과 함께 창고에 갔다.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박스를 내려준다. 우와, 아기새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움직이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나도 새가슴이 된다. 왜 이렇게 떨리는지......, 엄마가 온 줄 아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움직이는데 세 마리다. 노란 부리를 얼마나 크게 벌리는지, tv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나 본 장면을 직접 보게 되니 그저 감동스럽고 덜 덜 떨리는 것이 아닌가?
어미새가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 급하게 사진만 찍고, 우린 까치발로 조용 조용 창고를 나왔다.



사진 찍은 우리 때문에, 아니면 고양이나 다른 이유로 아기새가 잘못 되면 안 된다. 아기새 세 마리가 잘 자라서 독립하는 날까지 창고에 별 일이 없어야 한다. 들고양이가 자주 나타나는데 어떡하지? 했더니 그럴까 봐 남편이 박스를 높이 놓아줬다고 한다. 우리가 창고에서 나온 뒤, 잠시 후에 어미새가 세 번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잠시 둘러보고 나갔다가 네 번째엔 둥지를 살펴보고 새끼들을 확인하고 나갔다고 한다.
휴우~~ 다행이다. 어미새가 얼마나 불안했을까? 설마, 둥지가 있는 박스를 우리가 내려서 사진도 찍고 하는 걸 본 건 아니겠지?
"자기야, 나 붙박이장 없어도 되니, 창고에 들어가지마."
우리는 아기 새가 독립해서 나갈 때까지, "창고에 들어가지 말자." 했다.
일주일이 될지 한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린 창고에 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