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전시회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간다.
버스를 탈 때보다 기차를 타면 왠지 여행을 가는 것 같아 어린아이처럼 설렌다. 오늘은 서울에서 아버지의 전시회가 열리는 날, 아주 오랜만에 인사동에 가본다.
인사아트센터에 도착하니 15시 20분. 충북교향악단의 식전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좁은 공간은 이미 인산인해, 주최 측 관계자와 내빈들로 꽉 차 있었다. 전시회는 충북도지사님의 환영사로 시작되었다. '충북갤러리' 현판제막식이 추가된 점이 다른 전시회와 차별화된 점. 문체부 1 차관, 한국예총회장과 미국에서 온 유족대표 등의 화려한 축사와 정은영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충북문화재단의 서울 갤러리 개관을 축하하는 전시회다. 한국미술사에서 서양화 도입 및 추상화의 정체성 확립에 발자취를 남긴 충북 작고작가 8명이 첫 전시회의 테이프를 끊었다. 안승각, 이기원, 하동철, 안영일, 윤형근, 정창섭, 박석호, 임직순 등은 '충북 예술의 서막-그 영원한 울림'이란 주제에 걸맞은 한국화단에서는 내로라하는 작가들이다. 구상, 추상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다.
평론가 조은정의 전시총평에 이어 큐레이터 손명희의 자세한 작품해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버지의 그림은 작품 Q(1968년, 제17회 국전 특선), 간섭 81-1(1981년, 오늘의 작가전 출품), 간섭(1980년, 제29회 국전 추천작가 출품),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1996년,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전 출품) 4 점이 전시되었다.
그런데 작년 9월 초대전에서는 안 그랬는데 왜 오늘은 지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났어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여전히 눈물이 고인다. 한 집에 살면서 힘든 일, 좋은 일을 겪으며 생긴 추억이 많아서일까? 아버지 그림을 갤러리에서 마주해서일까?
"아버님, 오늘은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