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 T-shirts
일교차 심한 여기도 어느새 낮엔 따끔따끔, 반팔이 편한 계절이 되었다.
T-shirts에 염색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물감도 T-shirts도 너무 귀해서, 그동안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물감은 바닥이 보이고, shirts는 일부러 시내에 가야지만 살 수 있는데, 여기서는 좀처럼 기회가 없으니 말이다.
서울에 간 김에 shirts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shirts 한 장 구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격과 품질이 딱 맞아떨어지기 쉽지 않아서 지난번에도 구입하지 못했다. 인사동에서도 마음에 드는 T-shirts가 없어 발품을 많이 팔았다.
염색 그림도 대부분은 도화지처럼 하얀, 흰색 shirts에 그린다. 산뜻하고 붓 터치 등의 효과가 좋기 때문인데, 이 번엔 핑크색으로 구입했다. 핑크색도 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빨간색 염료에 담가, 진한 빨간색으로 물을 들였다.
이 번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 작업'을 해보기 위함이다.
평소처럼 물감을 덧칠해서 색을 입히는 작업이 아니라, 락스를 이용해서 색을 빼는 '탈색 기법'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붓에 희석한 락스를 묻혀 꽃을 그렸는데, 첫 작업은 실패다. 천이 상할까 봐 희석한 락스로 꽃을 그렸으나, 건조한 후에 보니 그린 꽃이 보이지 않는다.
2차 시도! 90% 원액을 찍어 큰 붓으로 꽃을 그렸다.
그러나 이 번에도 별 다른 변화가 없다. 아휴, 할 수 없다. 더하기를 해야지......
빨간색 물감에 검은색을 섞어 명도 차가 있는 꽃을 그렸다.
세 번째 시도!
혹시나 하고 천에 물을 담근 후, 붓에 락스를 듬뿍 묻혀 그림을 그려본다. 앗, 이 번엔 반응을 한다. 락스 묻은 곳이 누렇게 변색이 되는 효과가 보인다.
기대만큼의 효과(명도 차이)는 얻지 못했지만, 결과는 성공이다.
분홍색과 빨강, 검붉은 색으로 옥이가 좋아하는 '모란'을 그렸다.
"모란이 피기까지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라는 시를 꽃 속에 그려 보낸다. 늘 곁에 두고 함께 있고 싶은 동생, 옥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