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3. 6. 5. 15:46

"언니, 글쎄요..."
옥이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고양이 다섯 마리를 ...물어...죽였어요." 
 
"한 마리는 먹어 치웠는지 보이지 않고, 4마리는......"
옆집 진사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사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새까만 매가 낮은 포복으로 날아와 태어난 지 50일도 안된 고양이를 부리로 목을 쪼았다고...... 죽은 고양이는 피 한 방울도 없이 정확히 목 한가운데 부리 자국이 있더란다. 한 마리는 이미 내장이 보이고, 먹고 남은 반토막만 남아 있었다고. 그걸 직접 눈으로 본 옥이는 장면 장면을 말할 때마다 숨을 들이켜곤 했다.
 
"미나가 울면서 우리를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어요."
"두 마리를 물어다 컨테이너 박스 밑에 놓고, 우리 보고 애들 좀 살려달라고 계속 울어댔어요."
 
아침에 매 두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가길래, "앗, 매다!" 했더니 남편이 "무슨, 여기에 매가 있다고..." 했단다. 
그때 새끼를 피신시켜야 했다고, 옥이는 100번도 더 이야기를 했다.
 
다섯 마리의 미나 새끼가 죽었다.
죽은 네 마리는 있는데, 한 마리는 매가 먹어치웠는지 아예 보이지 않는다고...... 
 
옥이네는 이사 와서 길고양이에게 늘 먹이를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길고양이 '미나'가 임신을 했다고, 인ㅇ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미나 집'을 지어주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나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는데 검은색과 흰색도 있고 꼬리가 여우 같이 복슬복슬해서 이쁘다고 자랑이 늘어졌었는데...... 1달여 전의 일이다.
그리고 어제, 매의 눈으로 정찰을 나왔던 매가 사람들이 이야기에 집중하는 사이, 그 일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옆 집에서 새끼 한 마리를 가지고 왔단다. 밭고랑에서 발견했는데 다친 곳 없이 멀쩡하다며, 안고 왔단다. 옥이는, 자식이 살아온 것만큼 반갑고 기뻤다고...... 

'미나'는 내 눈 밖에 난 미운털박이 길 고양이다.
아침 일찍 한 번, 오후에 한 번 우리 집으로 내려와서는 어슬렁어슬렁 먹이를 먹고 간다. '개에게 물린 가슴, 고양이 눈을 보고 놀라는 나'는 고양이가 싫다. 그런데도 옥이가 집을 비우면 먹이를 주었더니 미나는 아주 대놓고 우리 집을 들락 거린다. 딱, 거기까지면 좋겠는데, 싫어하고 눈치를 주는 내게 보복이라도 하듯이 자주 잔디 위에 '응가'를 해 놓는 바람에 얄미워 죽겠다. 꼭 사람 응가모양으로 냄새가 아주 지독해서 멀리서도 미나 것임을 알 수 있으니, 유유자적 거들럭거리며 내려오는 미나를 많이 싫어했었다. 그런데 어제, 오늘은 미나를 볼 수 없었다. 옥이네 집에 와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제는 새끼를 잃은 미나가 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늘은 구사일생 살아남은 새끼 때문에 내려오지 않은 것.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다.
미나는 새끼를 돌보는데 미숙해서, 지난 출산 때도, 그 많은 새끼를 다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옥이부부는 미나 새끼를 키우기로 했단다. 천운으로 살아남은 새끼를 미나에게 줄 수 없다며, 집을 만들고 먹이도 주고 있는데, 미나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란다.

미나는 새끼를 데려가려고 창 밖에서 울어대고, 새끼는 엄마에게 간다고 울어 대고, 야옹야옹, 이야옹 이야옹, 옥이네 집엔 오늘도 난리부르스. 새끼는 새끼대로 어미에게 달려가는데, 목줄이 걸려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어미를 향해있고, 어미는 새끼를 물어서 데려가려는데 매인 줄 때문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할꼬?

옥이는 미나에게 새끼를 맡기자 하고, 옥이 남편은 "우리가 키우자" 하고 있으니, 고양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에미 고양이는 새끼를 찾고, 새끼는 어미를 찾고......
미나와 새끼 고양이, 이를 또 어찌해야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