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감자가 싹이 나서

요술공주 셀리 2023. 6. 25. 15:30

'감자가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 때 부르던 노래다. 감자는 땅콩과 오이 등 모종으로 심는 작물과 달리, 보관했던 감자의 싹(눈)이 난 부위를 도려내어 심는다는 것을 작년 봄에 알았다. 그 작은 씨눈에서 싹이 나고 보랏빛 꽃이 피더니 동글동글 감자가 매달렸다.
 



늘 풍년이었던 감자 농사로 해마다 즐거운 곤욕?을 치른다. 겨우내 땅속에 묻어 두었던 씨감자가 너무 많아 윗집, 건넛집, 친구까지 불러서 나누어주었다. 그래도 남은 감자가 많아 3 두둑이면 충분할 감자를, 5 두둑이나 심었다. 많이 심었으니 알이 작아도 역시 풍년이다.

6월 초에 다녀간 막냇동생에게 주려고 일치감치 캔 감자가 제법 실했었다. 그래서 장마가 오기 전에 잔뜩 기대를 하고 오늘, 감자를 캐보았으나 생각보다 그리 굵지 않아 좀 실망했다.
그래도 캐내는 작업은 흥미진진.
감자 줄기를 잡고 호미를 땅 밑에 넣어 살금살금 캐내면 구슬만 한 크기부터 주먹만 한 크기까지 감자가 줄줄 따라 나온다. 얼마나, 재밌게요? 구슬땀이 나는 것도 모르고 캐다 보니 어느새 4 두둑째다.
그런데, 조심을 해도 호미로 자꾸만 감자에 상처를 내니, 속상하다. 노련한 엄마는, 호미를 땅 깊숙이 집어넣어 상처 하나 없이 잘도 캐내신다. 분명 나도 그렇게 하는데도 말이다. ㅠㅠ
 



농협에서 10kg들이 box 10개를 사 왔다. 친구와 지인들에게 나눔을 하기 위해서다.
4 두둑에서 캔 감자가 70kg ~ 80kg 정도. 두둑 수에 비해 생각한 것보다 적은 양이지만, 5집에 나눔을 하고 내년 봄에 심을 씨감자를 하면 딱 좋을 듯 한 양이다.
 



"이모님, 감자조림을 했는데 포슬포슬, 너무 맛있어요. 아정이가 감자랑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어요." 어제 올라간 조카며느리에게 감자를 캐 보냈더니, 그새 요리를 해 먹었나 보다.
감자 맛보다 더 달콤한 말이다.
이 맛에 농사를 짓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