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아기새
일찍 일어났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겠다?
블라인드를 걷고 집 안에 풍경을 들인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촉촉해진 대지 위에 구름이 앉았다. 운무다!
핸드폰을 들고 산을 향해 달음질을 친다. 구름이 이 현란한 춤을 언제 멈출지 모르니 서둘러야 한다. 걸어가는 사이에도 춤사위는 계속 바뀐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춤추는 구름을 찍을 수 있었다.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왓!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아기새 한 마리가 현관 앞에 앉아 있다!
도대체 왜?
밤새 비를 맞았는지, 흠뻑 젖은 모습으로 꼼짝을 않는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는 데도 작은 눈만 굴릴 뿐, 일어나지 못한다. 젖은 날개 때문인가? 아니면 추워서? 아프지 않으면 새가 이렇게 오래 앉아있지 않는데......


이를 어쩌지? 젖은 몸을 말려줘야 할 텐데.
그러나, 맨 손으로 저 새를 옮겨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비라도 또 내리면 저 아이에겐 치명적일 텐데......, 장갑을 끼고 옮겨볼까? 어디로 옮겨줘야지? 그러나 마음만 있지, 선뜻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여전히 새를 만진다는 일에 겁이 나는 것이다. 창문으로 살펴보니 새는 여전히 망부석.


커피 한 잔을 내려, 한 모금 마시다가 "아, 고양이...... 들고양이라도 온다면?" 제 집처럼 수시로 드나드는 고양이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나자, 장갑이고 뭐고 맨발로 뛰어나갔다. 구해야 한다, 작은 새!
그런데 새가 없다.
뭐야? 어디 갔어?
그새 날아간 거야?
휴우, 다행이다! 날아가줘서......
그런데 흔적을 남기고 갔네. 응가를 하고 갔네.
새 앉았던 자리에 하얀 새 똥과 깃털이 남아 있다.
젖은 날개로 날아간 아기새. 이 장마를 이겨내고 꼭 살아있어 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