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쇠비름
비만 오면, 땅 위엔 풀 천지가 된다.
비는 풀씨를 뿌리는 중매쟁이인 것 같다. 아니면, 풀씨의 어미쯤 되던가.
열심히 뽑아 깔끔하던 땅에, 풀은 이미 한도초과. 손으로 뽑기엔 뿌리가 깊어도 너무 깊어 일단, 장마가 끝나기를 벼르고 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대로 지천에 널려 있던 쇠비름을 목적이 있어 뽑으려니, 쓸모 있는 녀석은 흔치 않더라. 너무 작거나, 너무 쇠었거나 해서 효소를 담기 적당한 녀석을 골라 뿌리째 뽑아냈다. 뿌리째 뽑은 쇠비름은 잡초요. 뿌리를 잘라 설탕에 버무린 쇠비름은 귀한 몸.
귀한 몸, 쇠비름 효소를 담갔다.

이 역시, 처음이다. 지인 찬스를 쓸까 하다가 인터넷 여기저기의 정보를 수집해 본다. 생각보다 몸에 좋은 성분도 많고 효능도 여러 가지다. 만드는 방법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모든 건 알면 쉽다. 다만, '쇠비름을 잘 씻어서 말리라'는 내용 때문에 고민을 했다. '햇빛에 바싹 말리라는 건지, 물기를 없애주라는 건지'
이 또한 실패를 경험한 사람의 경험담을 읽고 해결했다. 현대는 인터넷이 스승이다.
쇠비름은 수분이 많아, 하룻밤 정도 건조하는 게 좋다고 한다. 자칫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적당히 건조한 쇠비름을 잘게 썰어, 쇠비름과 설탕을 1:1 비율로 잘 섞어 주면 1차 과정 완료.
설탕에 버무린(절여진) 쇠비름을 효소용 그릇에 담으면 2차 과정도 완료.
6개월 정도 발효를 시킨 뒤, 거름망에 걸러 1년여 발효를 시켜주면 완성이라고 하니, 이제부턴 시간이 약이다.


장수를 하고, 흰머리를 예방해서 쇠비름은 '장명채'라고도 불린다는데, 글쎄다. 얼마나 열심히 먹을지는 잘 모르겠다. 풀도 뽑고 이왕이면 건강을 챙기는 효소를 만들어보고자 함이었으니, 이걸로 만족이다.
넉넉하게 만들었으니, 하나는 동생을 주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