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같은 일이...
새벽미사를 다녀오면 일요일이 길어진다.
해 없을 때 풀과 한판 전쟁을 치르고 나서, 남편과 함께 얼음 동동 띄운 보리수 주스를 즐긴다.
동쪽 데크는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기다란 나무 벤치는 꽃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고, 동생과 수다를 떨기에 최고의 장소다.
"한무더기로 핀 백합꽃이 참 이쁘네." 남편의 말을 받아, "그러게, 안개꽃도 하늘하늘 보기가 좋아." 한가하게 꽃멍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쿵" 시커먼 물체가 옆을 스친다. "엄마야!"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두 사람 다 깜짝 놀랐다.
"아이고, 어쩌나. 살기 힘들어 보여......"
까맣고 작은 새가, 우리가 앉아 있는 테라스 창에 부딪혀, 식탁 밑으로 툭 떨어진 것이다.
동고비가 그랬고, 엊그제 또 한 마리가 그랬었다. 어떻게 며칠 만에 똑같은 일이 자꾸 생기는 걸까?

놀란 새는 정신이 없다. 입을 벌리고, 다리를 벌린 채 철퍼덕 앉아 꼼짝을 하지 못한다. 사진을 찍고 큰 소리로 말해도 동고비처럼 눈알만 굴리고 있을 뿐.

"괜찮아, 30분쯤 뒤에 응가를 하고 날아갈 거야." 사진을 찍으며, 나는 여유롭게 대답한다.
"아니,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지붕 밑까지 날아와 1m도 안 되는 좁은 창에 부딪힌다냐?" 남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앗, 움직였다." 이 새는 10여 분도 채 안되어, 방향도 바꾸고 바쁘게 눈을 깜빡거린다. 풀렸던 다리도 어느새 모아지고......



"이제, 응가만 하면 돼."
"응가는 좋은 신호 더라고. 응가한 새는 다 살아났어."
말귀를 알아들은 것처럼 새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리고, 이 새는 나와 눈 인사를 나누고 5분도 안되어 휘리릭~, 우리가 보는 앞에서 숲 속으로 날아갔다.
역시 응가를 남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