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젖은 빨래

요술공주 셀리 2023. 7. 19. 17:15

"언니, 다음 주에 봐!" 동생은 어느 날 갑자기 중국에서 귀국을 했다. 두 달여 머물다 간다던 동생은 무려 다섯 달이나 한국에 머물렀다. 그런데, 마무리 할 회사일로 8월에나 갈 수 있으려나? 하던 동생이 갑자기 중국에 간다고 한다.
"언니! 다음 주 월요일 비행기 예매했어." 지난 주말에 내려와서 그 소식을 들려주었는데, 우연의 일치일까? 그날, 급체에다 혈압이 올라가 고생을 했었다.
 
"오늘 점심은 우리 집에서 먹어."
"그럼, 저녁은 내가 할게." 동생이 오면 우린 식사를 늘 함께 한다. 식사 후엔 커피를 마시고 어느 날은 강을 바라보면서, 어느 날은 숲을 바라보면서 수다삼매경에 취하곤 했었다. 수다에 불이 붙은 날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고 달마중을 가기도 했는데, 날마다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해도 해도 주제는 늘 다르고 재미가 있었다. 동생네가 오면 부모님도 좋아라 하셨는데, 동생이 간 걸 알면 엄마는 또 눈물을 흘리실 텐데......
 
헤레나 형님집에 다녀왔더니, 동생 차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동생 집은 너무나 깔끔하다. 화장실과 거실, 냉장고까지 구석구석 대청소를 하고 갔으니 손님이라도 치를 듯 단정하게 반짝인다. 세탁기에 빨래까지 돌려놓고 문자를 남겼다. "언니, 한 시간 후에 빨래 좀 널어줘."

서쪽에 기다랗게 걸린 해 한 조각을 빌려, 텅 빈 집에 빨래를 널었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간. 오늘 말리기엔 턱 없이 부족한 볕이다. 빨래대에 걸터앉은 내 눈물이 젖은 빨래에 스르륵 스며든다. 해질 무렵, 동생이 없는 거실로 옮겨진 빨랫대! 무거워진 빨랫대를 힘겹게 옮기시며 엄마가 "내일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하신다.
 
"동생아, 언제 올 거니?"
"글쎄, 늦가을이나 겨울쯤......?" 자신 없는 동생의 목소리.

작년엔 봄을 기다렸는데, 이젠 겨울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 혹독한 겨울을 반길 수 있어서. 싫어하는 겨울을 기다릴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