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3. 7. 25. 19:50

긴 장맛비에 강물이 넘실넘실, 황톳빛이던 강물이 잠잠해졌다.
"강물이 한 번 뒤집어지면 낚시할 맛이 나지." 동네 어르신 말씀에 따라 지난 수요일, 우린 드디어 출조에 나섰다. "언니, 호박도 있고 깻잎, 풋고추도 있으니 많이 잡아서 매운탕을 해 먹자!"하고, 기대에 부풀어 주천강으로 향했다. 1시간여 넘실 대는 강물 위에서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결과는 꽝! 세 사람 모두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0씨가 '오래된 가짜파리' 때문이라며, 낚시가게에서 '가짜파리' 세 개를 사 왔다. 그런데, 세 사람 모두 낚시 왕초보. 새로 사 온 찌를 조립할 사람이 없다. 어찌할꼬? 철수할 수밖에......
 
낚시꾼 남편의 도움으로 완벽한 채비가 갖춰졌다. 엉킨 낚싯줄도 풀어주고, 새로 사 온 가짜파리도 완벽하게 달아준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옥이네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월요일(어제) 오후, 우리 세 사람은 다시 주천강으로 향했다. 인0씨는 주말에 견지낚싯대도 새로 사 온 상황. 오늘은 조과를 기대할 만하다. 인0씨는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아예 물속으로 들어갔다. 장맛비로 물살이 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첨벙첨벙, 좌충우돌, 종횡무진 주천강을 다 점령했지만, 물고기와는 인연이 없는 듯. 어제 오후 낚시도, 우린 완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완패는 아니다. 옥이가 한 마리를 잡긴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고기를 빼낼지 몰라 주저하는 동안 고기가 뚝 떨어져 버렸던 것. 그러니 완패는 정말 아니다. 
 

 
 
"언니, 오후에 비가 온다고 남편이 아침에 낚시하재요."
세상에, 불이 붙어도 단단히 붙었음이 확실하다. "갑시다."  어젠, 흙탕물이던 물도 오늘은 맑아진 상황.
물도 맑고 물살도 적당하고, 이만하면 훌륭한 조건이다. 휘잇! 호기롭게 던진 낚싯대에 투둑 한 마리가 걸렸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나! 드디어 한 마리를 잡았다. "여보, 언니가 고기 잡았어!" 이제 한 마리를 잡았으니, 우린 저절로 흥이 나서 한껏 기대를 했지만, 더 이상의 고기는 없었다. 잡은 한 마리 고기는 호기롭게 놓아주고......
 

 
 
허무한 마음을 달랠 겸 헤레나 형님댁에 마실을 갔다. 허탕만 연속인 낚시 이야기를 했더니 진사장님이 "집 앞 계곡에 '어항'을 한 번 설치해 보라"고 하신다. "10분이면 까맣게 수북이 들어온다"라고 하니 행동파 인0씨가 플라스틱 그릇과 비닐, 된장 주머니를 만들어 와 집 앞 계곡에 어항을 설치했다. 고기가 들어갈 시간을 주기 위해 우린 '보리수 주스'를 마시고 30여분 뒤에 계곡을 가 보았는데, 우와! 어쩌면 좋으니? 이 또한 꽝이다. 한 마리도 없다. 급조한 어항이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며 결국, 우린 새 어항도 사 왔다. 그리고 오후 6시. 우린 또 주천강으로 다시 갔다.
 

 
 
새로 산 어항을 설치하고, 인0씨는 강물 한복판에서 견지낚시를, 옥이와 나는 파리낚시를 시작했다. 첫 판에 제법 실한 '갈겨니'가 내 낚싯대에 딸려 왔다. 시작이 좋다. 세 사람 모두 강물에 집중. 눈에 불을 켜고 1시간을 보냈지만, 역시나 더 이상의 고기는 없었다. 어항? 여기도 고기는 0마리. 계곡의 수제 어항을 기대하며, 잡은 갈겨니 1마리를 어망에 고이 모셔 왔지만, 계곡 어항에도 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에휴. 주천강 낚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내일 다시 가서 연구해 볼 일이다.
오늘 잡은 갈겨니는, 옥이네 고양이가 포식?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