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3. 7. 29. 11:29

실내온도가 30℃다. 오전 11시 강원도의 날씨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카톡 카톡 계속 울려대는 '폭염경보'가 실감 나는 날씨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내가 땀이 난 것은 엄마의 옥수수 때문이다. 오늘은 빨강 플라스틱 통에 옥수수를 따서 현관 앞에 갖다 놓으셨다. 푸하하! 오이랑, 방울토마토까지......
이 더위에, 아침부터 옥수수를 펄펄 끓여 삶아냈다.
 

 



"3개에 5000원 하는 옥수수를 줄을 서야만 살 수 있어." 새벽에 따서 당일에 삶아 파는 강원도 옥수수의 몸값이 천정부지라고, 친구는 전화 저편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요즘 옥수수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그만큼 맛있다는 강원도 옥수수다.

나는 꽃이 우선. 엄마는 농작물이 우선이다.
비어 있는 땅을 가만두지 못하는 엄마는 줄 맞춰 멋지게 심은 목수국 사이사이에 콩이랑 상추, 옥수수를 심으셨다. 누가 알았을까? 아침 일찍 일을 하시니 싹이 나오기 전에는 모를 일이었다. 호주머니에 콩알과 팥알, 옥수수 알을 넣고 다니며 틈새마다 묻어 놓으시니 꽃밭인지 콩밭인지, 우리 밭은 늘 뒤죽박죽이다. 처음엔 엄마 몰래 살금살금 알맹이를 파버렸지만, 워낙 부지런한 엄마를 따라잡을 수 없어, 항복한 지 오래다. 덕분에 콩이랑 옥수수, 하얗게 핀 목수국이 한 몸, 한 식구가 되었다.
 

 



소금만 살짝 뿌려서 삶은 옥수수가 이렇게 달다니, 못생기고 작은 옥수수인데도 "맛있다!" 이래서 '강원도 옥수수'라고 하나보다. 첫 수확한 것은 냉동고에 보관하고, 두 번째  옥수수는 사부인께 보냈다. 오늘은 양도 많지 않고 못생겨서 삶자마자 냉동고로 직행. 숯불구이할 때마다 덤으로 구워먹기 위해서다.

"제발, 꽃 옆에 옥수수 좀 심지마요." 했었는데, 한 쪽 눈 질끈 감으니 만사형통. 콩이면 어떻고 팥이면 어떠하리. 울 엄마 건강해서 생기는 일이고, 내가 좀 더 부지런하면 되는 것을......
"자기야, 오늘 저녁에 숯불 피우자," 삼겹살 사다가 구워 먹어야겠다.
석쇠에 가지와 토마토, 감자와 옥수수까지 모두 올려놓고 휴가 분위기를 미리 즐겨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