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만한 참외
장마로, 과일과 채소값이 금값이란다.
지난주에 복숭아 과수원엘 갔더니, 며칠 후에 오라며 우리를 돌려보냈다. 긴 장마에 수확량도 적고, 당도가 낮으니 햇볕을 더 쬐어보자고 한다.
수박과 참외는 작년에도 심었었다. 수박은 두 개 달렸었다. 그나마 참외는 제대로였는데 무늬만 참외, 그 맛은 오이만도 못했다. 수박도, 참외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런데도 또 심은 것은 아림과 아정 때문이다. 8살, 4살 된 손녀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해서다. 현장체험을 해 주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에서다.
올해엔 복수박을 심었다. 두그루에서, 작고 앙증맞은 예닐곱 개의 수박이 열렸다. 언제 따는지 잘 몰라 고민을 하다가 여러 개의 수박을 두드려 보니 신기하게도 그 소리가 다 달랐다. 두드려보아 둔탁하지 않고 가벼운 소리가 나는 걸 땄더니, 대박! 진짜 수박이다! 칼을 들이대자 쩍 갈라지며 빨간 속살을 보여준다. 까만 씨까지, 시중에서 파는 그 수박과 모양과 맛이 똑같다. 신기하다. 빨간 속살 한 입을 베어 물었는데, 입 안에 퍼지는 달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믿기지 않는다.
참외는 세그루를 심었다. 넉넉한 장소를 확보해 줬는데도 당근과 땅콩의 자리까지 점령한 지 오래다. 참 요란하게도 큰다 싶었는데, 무성한 이파리 사이로 녹색 동그라미를 만들더니 무럭무럭 자라 애기얼굴만 한 크기가 되었다. 열매가 햇볕을 쏘이도록 이파리를 한 켠으로 치워주니 어느새 노랗게 익어 한 개를 따왔다.
수박 한 개, 참외 한 개를 따왔는데 참외 크기가 작난이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참외 저리가라할 크기. 수박보다 더 큰 참외 맛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깎았는데 에구구, 쪽박이다. 참외처럼 달지도 않고 오이처럼 시원하지도 않은 묘한 맛. 올해도 참외는 크기만 대박이었지, 맛은 기대에 한참을 못미친다. 밍밍한 참외! 그런데, 혹시 아나? 복숭아처럼 햇볕을 좀 더 쪼여주면 당도가 좀 높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