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그림

락스 그림

요술공주 셀리 2023. 8. 6. 11:24

지독한 락스 냄새.
강렬한 햇빛.
화학 염료 냄새까지 뒤섞여, 오전인데도 땀범벅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욕 나올 환경이다. 목덜미가 후끈후끈, 머리가 지끈지끈.
이 더운 날, 작업을 시작했다.
 



옥이 티셔츠는 소심하게, 녹색 티셔츠는 단순하게, 엊그제 그린 검정 티셔츠의 '밤의 정원'은 신나게 작업했다. 물 들어왔으니 덥고 힘들어도 배 저어야지.
아들이 입던 파란색 티셔츠를 찾아온다. 버린다기에 가져온 티셔츠다. 락스 반, 물감 반으로 그리는 그림. 염색물감만으로 그리는 그림보다 효과도 두 배, 재미도 곱빼기다. 특히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처럼 '뿌리기 효과'가 백미다.
 



지독한 냄새만 없다면 에어컨 아래에서 유유자적, 우아하게 그릴 수 있으련만, 락스그림은 강렬한 냄새와 햇볕 때문에 고난의 행진이다. 흥건하게 젖은 락스와 물감을 말릴 겸, 점심 식사를 한다. 잠시의 휴식시간이다.
 

 

오후 2시. 머릿속은 온통 그림 생각뿐, 동쪽 데크로 나간다. 제일 무덥다는 오후 2시인데도 동쪽에 위치한 데크가 오히려 더 시원하다.

시원해진 데크처럼 그림도 시원하게 진행되면 좋으련만, 그림은 그릴수록 산만해지고 망가져가는 것 같다. 열심히 뿌리고 그리고 한 티셔츠가 생각만큼 멋지지 않아, 작업을 괜히 시작했다고 후회를 한다.
단순하게 그릴걸. 락스 7, 그림 3이면 좋았을 텐데...... 색상도, 붓터치도 너무 많아, 오히려 산만하기만 하다. sign을 해서 마무리를 하지만, 마음은 그림처럼 어지럽다.
 



락스 냄새도 없앨 겸 물에 헹구어 말려본다. 많으면 덜어내면 되지. 너무 많은 색상은 어둡게 덧칠을 해서 정리를 해준다. 그러나, 여전히 소생 되지 않는 그림. 열처리 후엔, 락스를 덧발라도 탈색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었을 뿐.
덥고, 지루하고, 소득이 없는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