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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뽀 앞에 무력한 상식(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3. 8. 7. 08:29

어쩌다 눌노리 29

 

토목업자와의 대화는 쉽지 않았다. 언어가 다르고 대화의 문법이 서로 달라서 요구와 대답이 일치하지 않았다. 우리는 원상회복을 요구하였고, 토목업자는 우리를 관행의 1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였다. 상식이라는 말을 함께 쓰고 있지만 의미는 서로 달랐다. 우리는 상식을 원칙과 합리성으로 생각한 반면, 그는 업계의 관행을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를 계약 위반이라고 말했고 비용은 계약을 위반한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토양 성분 검사서를 들이밀며 자신의 일은 합법적이며 해약 시 들어간 비용은 당연히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들여온 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우리 측의 몇 사람이 포크레인을 불러 반입된 흙을 한 곳으로 긁어모으는 일을 했고 업자는 업무 현장 훼손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의견은 팽팽했고 결론은 나지 않았다.

 

긴급하게 모인 우리의 대책 모임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약속 위반을 한쪽은 업자이니 원상회복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청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부터, 업자를 바꾸었을 경우 공기의 연장은 물론이고 반입 토사의 반출 문제와 그 비용처리까지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하였다. 무상의 반입된 흙과 장비 사용료 800여만 원을 주기로 한 것이 그 흙을 반출할 경우에는 폐기물로 분류되어 장비료 포함 대략 3천만의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 토목 설계자, 토목 시공업자, 우리 대표 간의 약속 이야기가 나오고 그 약속이 우리에게 불리한 경우라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대표의 약속이 주민의 반발로 변경되거나 취소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몇 시간의 회의가 진행되었다. 전체 회원이 참여하는 회의체의 비효율성도 드러났다.

 

긴 시간의 논란 끝에 현 업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토사는 반출하지 않고 마을 내부의 도로 공사에 사용하기로 하고 대신 집터에는 주민의 감독하에 새로 좋은 흙을 반입하여 작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토목업자와 업무 대화를 하기 위하여 대표자를 구성하기로 하여 업체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이후 대표들이 업체에 방문하여 이후 일정을 진행하기로 우호적인 분위기 가운데 합의하였다.

 

문제는 그 뒤에 또 터져 나왔다. 성토의 적법성이었다. 인허가 신청을 받기 전에는 농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즉 농토 위에 어떤 토사를 쌓아서는 안된다는 시청 농지보전과의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업체가 성토작업을 진행하려 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업체는 자기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주 업무이고 일을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이렇게 일을 해왔다는 것이고, 농지보전과의 해석을 들은 우리 주민들은 시청에서 안 된다는데 어떻게 된다는 것이냐며 의문과 함께 이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강한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할 수 없었으며, 업체는 백면서생들의 행태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회의가 열리고. 이 업체와 일을 안 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현실을 좀 아는 사람들은 업자들의 이른바 '곤조'를 염려하기도 했다. 어떤 방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도 했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더욱이 이 업체는 성토가 목적이 아니라 더 큰돈이 걸려있는 토목시공을 목표로 이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우리 마을이 생태마을을 추구한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거짓말을 했고, 농지훼손 절차에 대해서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정직하지 않은 것이 이유라면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부 측량과정에서 얻은 GPS값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이틀 분의 성토작업 비용으로 견적서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그들과 헤어졌다.

 

그 사람들, 나중에 GPS값도 넘겨주지 않았다. 꼬장을 부린 것이다. 우리는 덤의 비용과 두 달간의 공기 연장이라는 값을 지불하고 대신 현실을 배웠다. 합리성과 상식은 무대뽀 앞에 무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