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보지 마라 (전종호)
어쩌다 눌노리 33
‘돈을 물 쓰듯이 한다’는 말을 한다. 돈을 물 쓰듯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돈을 쉽게 쓰는 행위에 대한 경고의 의미뿐만 아니라, 나도 저 사람처럼 돈을 물 쓰듯이 쓰고 싶다는 부러움이나 욕망을 표현한 말로 쓰이기도 한다. 아무튼 여기서 돈은 귀한 것이고 물은 흔한 것을 상징한다. 이 ‘물 쓰듯이’라는 비유 속에 우리 한국인의 물에 대한 인식이 들어 있다. 또 어떤 때는 약한 존재를 말할 때 물로 본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 정부, 물 대통령, 이런 식이다. 물은 약한 것의 대명사로 본 것이다. 그러나 물을 물로 보면 큰 일 난다. 물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나 태풍 때 번번이 물의 보복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물을 아껴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물은 희소한 자원이 아니라 언제나 어디서나 얼마든지 구해 쓸 수 있는 자원이었기 때문에 그런 비유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가 된 것이다. 이미 물값이 석유값보다 비싼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빗물을 생각하면 우리가 물 부족 국가라고 볼 수는 없다. 물이 넘치면 홍수가 모자라면 가뭄이다. 지금까지 홍수와 가뭄은 중앙집권적으로 대처해 왔다. 홍수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중점을 둔 <중앙집중식 빗물 관리>는 도시개발로 인하여 불투수면의 증가로 지하수위의 감소, 물순환 기능 저하로 증발산량 증가에 따른 기후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올여름 서울 강남의 홍수 대참사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분산형 빗물 관리>가 필요하다. <분산형 빗물 관리>란 지역별로 <빗물 관리 목표량>을 관리하여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유출수를 빗물 이용, 침투, 저류시설 등을 이용하여 강우 지역 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분산형 빗물 관리의 목표는 빗물의 하천 유입량을 최소로 하고 도달시간을 지연시켜 줌으로써 도시화로 인한 물순환의 왜곡 현상을 막는 것이다. 분산형 빗물 관리는 비점 오염물질 저감에 의한 하천의 수질 개선, 수자원 활용의 효율성 증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른바 4대 강 사업은 강우 원점 지역, 수많은 지천에 대한 고려 없이 물을 큰 강에 모이게 하여 큰 물항아리를 만들어 배를 띄우고 주변에 수변 공원을 만든다는 어이없는 정책으로 개발 이익의 결과를 나누려는 국가와 대기업이 유착한 거대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제적 흐름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마을의 마스터 플래너인 오우근 건축가는 남한의 연평균 강우량을 1,200mm로 보고 눌노리 평화마을 전체의 1년 강우량, 5,149,000L(5,149 ton) : 4,290㎡ x 1.2m = 5,149㎥, 60평 한 세대 당 1년 강우량 240,000L(240 ton) : 200㎡ x 1.2m = 240㎥(4호선 객차 5.3칸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 4호선 객차의 실내 용적은 45㎥), 1년 동안 24평(각 세대의 지붕 면적)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비의 양은 96,000L(96 ton) : 240㎥ x 0.4 (4호선 객차 2.1칸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 남한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283L, 일 년 103,295L(103 ton)으로 계산하고 빗물 이용 계획안을 작성하였다. 그 내용은 각 가구마다 1톤 짜라 빗물 저금통을 설치하여 집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청소나, 조경용수로 사용하고, 마을센터에 35톤 저류조를 설치하여 마을의 마당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으고 마을의 아래, 위 연못을 연결하는 수로를 조성하고 중간중간에 수조를 설치하여 마을정원의 나무에 물을 주거나 도로 청소에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땅 아래로 심어서 하천으로 물을 빠지게 하는 우수관을 지상으로 올리고 홍수 등 큰물이 나는 경우에는 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우수관을 보조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토목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토목업자와 빗물사업자를 불러 공사계획을 공유하고 빗물이용시설에 대한 계약도 체결하였다. 또한 집에서 물이 많이 빠져 나가는 곳은 화장실이기 때문에 집집마다 두개의 화장실중 하나는 생태화장실을 설치하기로 권장하였다. 마을센터 옆에 저류조에 직접 길어 올릴 수 있는 추억의 펌프도 설치하려고 한다
사실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이미 제정되어 있고, 이 법률에 따라 대부분의 지자체는 구체적인 시행 지침을 조례로 제정되어 있다. 이 법 8조에 따르면, 종합운동장, 공공청사, 공동주택, 학교, 골프장, 대규모 점포 등은 신축, 증축, 개축, 또는 재축하려는 자는 빗물이용시설을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구체적으로 면적의 크기와 이에 따른 저수조 규모의 크기까지 세세하게 지정하고 있다.
파주시 관련 조례(2014년 제정)에 따르면 14조(시범사업 발굴) ”시장은 물 재이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시범사업을 발굴하고 예산의 범위에서 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 제15조(교육홍보) “시장은 물 재이용 촉진을 위한 교육홍보를 확대하여 주민들이 물 재이용 시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에너지의 개발과 이용에 관련하여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파주해발전협동조합 교육 이사의 자격으로 참가한 시장 면담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비약적으로 설치 운영하고 있는 안산시의 사례에 비추어 우리 시의 부진함을 지적하는 동시에 눌노리 평화마을의 에너지 자립 계획을 설명하면서 빗물이용시설 설치에 대한 시의 관심과 지원을 우리 시의 관련 조례에 근거하여 요청하였다.
우리는 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물을 별생각 없이 버림으로써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빗물을 하늘물이라고 끔찍이 위한다고 한다. 빗물을 이용하여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고 한다. 엄청난 물을 쓰고 있는 세차장, 축사에서라도 우선 빗물 이용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 개인과 가정, 마을 단위에서의 깨달음과 실천, 주변으로 차츰 퍼져가는 실천 운동이 말 그대로 ‘아래에서 위로’(bottom up)의 혁신이 아니겠는가!물을 물로 보면 안된다. 북방정책에서 큰 일을 해낸 이가 물태우 정부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물은 이미 도덕적 비유에서 내려와 자본주의 돈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