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김장 배추

요술공주 셀리 2023. 8. 15. 13:25

엄마가 문제다.
빈 땅 한 구석도 용납이 안 되는 엄마의 땅사랑 때문에 잉여 생산된 여러 작물을 처리하는데 진땀이 난다. 널찍널찍 심어서 조금이라도 덜 생산하려는 딸과 달리 어떻게 해서라도 최대한 땅을 이용하려는 엄마 때문에 늘 티격태격. 덕분에 김치도, 그 귀하다는 오이며 가지, 고추 등 채소가 늘 한 다발이다. 엄마 덕분에 주로 나눔을 받았던 내가 어쩌다 이웃에게 나눔을 다 하게 되었다.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강원도는 10월 말에 김장을 한다.
그러니 김장 배추는 광복절을 전 후로 심어줘야한다며, 부모님은 엊그제 거름을 피시더니 다짜고짜 로터리를 하라고 성화시다. 거름을 준 뒤 1박 2일, 일사천리로 땅을 뒤 업고 검정비닐을 씌웠다. 여름작물을 다 정리한 곳에 이랑을 만들다 보니 6 고랑이나 되었다. 이 넓은 곳을 무얼로 다 채워야 하지? 걱정이 태산이다. 무 10 포기, 배추 20 포기면 딱 좋은데 덤까지 얻어온 무 25 포기와, 구매한 배추 30 포기와 이웃이 나눔 한 30 포기까지, 작년보다 많은 양이다.

배추 20포기면 딱 좋을 김장을 작년엔 50 포기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해 본 김장으로 허리병이 났었다. 덕분에 아들과 동생들에게 배추김치를 나누어 주었으나, 고된 일이고 무리한 일이서 올핸 20 포기만 심으려고 했는데, 100 포기라니......

"100 포기는 심어야 둘째랑 셋째, 막내에게 나누어주지." 엄마의 말씀이다.
둘째는 이제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했고 셋째는 중국에, 막내는 뉴질랜드에 간 걸 엄마는 또 잊어버리셨다. 암튼 엄마가 오시기 전에 모종 심을 구멍이라도 뚫어야겠다. 널찍널찍하게 뚫으니 그나마 세 고랑이 되었다.
 
"엄마, 남은 고랑엔 갓과 다른 걸 심을 거니까 그리 아세요."
"알았어, 그리 할게." 또 잊으신 게다. 엊그젠 분명 남은 고랑에 팥을 심는다고 하셨는데...... 
배추 60 포기를 다 심은 엄마가 물을 주고 있는 내 호스를 빼앗아가신다. "갓 심은 애기 모종에게 어찌 그리  험악하게 물을 주냐, 넌..."
쫄쫄쫄 물을 주고, 고운 흙을 정성스레 덮으시는 엄마다.
애기 모종보다 더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