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지은 집 1(전종호)
어쩌다 눌노리 42
말로 지은 집, 두 번째 미팅을 하고 받은 숙제다. 도면으로 그릴 수 없는 설계도를 말로 그리라는 뜻이겠다. 아내가 한 숙제다.
■ 어떤 집
외관은 마을과 잘 어우러지고 신축의 티가 나지 않는, 마치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을 원합니다. 참고로 책에서 김창균 건축가가 전남 보성에 지은 집이 신축이지만 위화감이 없어 보였고 마을과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에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밖에서 어떻게 보일까’보다는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우선 생각합니다. ‘어떤 집에 살고 싶다’ 보다는 ‘어떤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입니다. 그 어떤 집이란 손녀에게 또 제 자식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의 마지막 좋은 기억이 담기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 가족 소개
거주하는 사람은 저와 남편입니다. 딸은 결혼했고 현재 일곱 살짜리 손녀 1명이 있으며 아들은 현재 미국에 있습니다. 저와 남편만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크지 않으면서 단아한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친정어머니를 여의고 퇴직한 후 파주로 이사 오면서 짐을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으며 현재 최소한의 살림으로 짐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는 ‘꼭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며 ‘최소의 삶’을 추구합니다. 남편 은퇴 후 살고 싶었던 지방을 몇 년씩 옮겨 가며 살자고 잠정적 합의를 했는데 현실적인 문제로 미적미적하다가 우연히 평화마을 짓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집짓기 원칙
‘굳이 안 해도 되는 건 생략하고 꼭 해야 하는 건만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면 보이지는 않지만 내구성과 직결되는 구조, 단열, 방수, 창호 등에는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 공간 구성
침실 1, 화장실 2(하나는 손님용), 드레스룸, 주방, 거실, 다락, 서재 1, 다용도실, 선룸입니다. 현재 스탠드형과 안방에 룸쿨러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더라도 다락과 서재에 새로 룸쿨러가 필요하므로 전체를 시스템 냉방기로 교체 설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남편의 공간: 서재. 현재 쓰고 있는 소파(3인용:225*100)를 두어 남편의 손님은 서재에서 맞이합니다.
*저의 공간 : 함 소장님께서 저의 공간도 생각해 보시는 것을 제안하셔서 생각한 것이 아담한 규모의 알코브(alcove)입니다. 흔들의자 혹은 암체어를 두고 작은 오디오와 CD장(현재 쓰고 있는 것-120*45*깊이 13, 소재 나무(겨자색), 방향을 바꿈에 따라 기역자 혹은 니은자 모양이 되는 것 5개)을 벽에 설치
■ 마당
저희 집 앞으로 마을 길이 열려 있어 앞마당이 넓어 보이는 이점이 있다고 생각되어 마당을 앞마당과 작은 마당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집의 건평은 최대 24평인데 20평으로 줄여서라도 집 뒤쪽으로 작은 뜰(습기 있는 곳으로 바람의 길)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마당을 보며 계절을 느끼겠지만, 마을 길에 접한 마당 끝에서 집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길에 담이 계획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저희 집과 마을길(로터리) 경계 부분에 큐블록을 낮게 쌓아(계단-3개 정도-모양으로 낮게) 집 안쪽으로 작은 벤치(혹은 반대편 쪽으로도 2-3인용 벤치를 두면 마을 길에서도 잠시 쉬는 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음)를 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