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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일상

요술공주 셀리 2023. 8. 22. 14:23

비 온다는 일기예보가 오늘처럼 반가울까?
오늘이 '칠월 칠석'이니 당연히 비가 오겠지 했는데, 시원한 빗줄기가 뿌린다. 견우와 직녀가 헤어질 시간인지, 
한 떼의 새들이 큰 소리로 울어댄 직후다. 사방에서 새떼들이 엄청 큰 소리로 세레모니 같은 떼창을 했었다.

비 소식에 햇볕에 이불을 말리고, 부모님 내일 드실 토마토를 미리 따온다. 붉은 고추와 가지도 딴다. 엄마가 오이와 헛갈려하시는 노각도 하나 따와 소금에 절여 놓고...... 절인 노각은 냉장고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적당히 덜어서 고추장에 버무리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장마에 대비하는 농부처럼 그렇게 오전을 바쁘게 보냈다.
 



햇빛 가리개용 파라솔도 가지런히 접어놓는데, 곤충채집 표본에서나 봄직한 커다랗고 화려한 나비가 백일홍꽃에 앉는다. 날아가기 전에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이때 눈에 들어온 꽃. 칸나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월동을 한 칸나가 활짝 핀 게 아닌가? 작년 11월, 유난스럽게 락스에 씻어 신문에 보관했던 칸나 구근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날마다 꽃밭을 산책했는데도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매년 모종을 사다 심었던 칸나였는데, 구근을 캐서 월동에 성공. 그 구근을 심어 결실을 본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니, 시골 꽃밭에 흔히 핀 그냥 칸나가 아닌 것이다.
 

 



남편도, 나도 입이 짧은 편이다. 게다가 녹색 채소보다는 육류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몇 년 전, 직접 키워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한 다음부터는 "이거, 집에서 농사지은 것" 하면 소중하게 생각이 되어 한 번 더 손이 가다가, 어느새 녹색 채소를 잘 먹는 사람들이 되었다. 오이는 익숙하지만, 노각은 잘 몰랐던 남편도 소금에 절였다 고추장에 조물조물 버무려준 노각나물을 이제 아주 잘 먹는다. 열무김치도 배추김치도 농사지은 걸로 담았다고 하면 싫어하는 신김치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끝까지 먹게 되었다.
 

 



채소를 싫어하는 어린아이가 자기가 직접 썰고 요리한 것은 잘 먹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어린아이 같았던 농사 초보인 우리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수고로운 땀' 덕분이다. 땅을 파고, 물 주고, 풀 뽑고, 거름 주는 '정성스러운 손길' 때문이다. 흙과 함께, 바람과 햇볕을 사랑하는 열정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일할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이 새로운 일상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동행을, 오늘도 꿈속에서 만난다. 아름다운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