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는 마음공부?(전종호)
어쩌다, 눌노리 45
4차 미팅을 했다. 미팅을 거듭할수록 집 짓기가 마음공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한 것들이 변하고 계획은 연속적으로 수정된다. 불법이 아니어도 제행이 무상하다. 아내의 건축 일기는 계속된다.
이번 미팅은 내가 알고 있는 월리를 찾기 위해 비슷한 캐릭터의 월리를 분별해 내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찾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있는 월리 찾기! 내가 버리기로 한 공간을 두 건축사님께 말씀드리고, 재구성되는 공간을 가지고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마치 리셋 후의 다시 시작과 비슷했다.
집짓기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지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자립마을에 적합한 지열 이용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다. 시스템 에어컨을 포기하고 냉난방을 지열로 이용하는 건축에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은퇴한 우리에게 집은 베드 하우스가 아니니 남편의 공간과 나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설계사의 조언에 따라 과감히 덜어내고, 버리고 하여 크게 두 개의 덩어리 구성하는 것으로 생각을 모았다. 그렇게 하니 구조상 큰 벽(월)이 생겼다. 텅 빈 공간이 맘에 들었다. 텅 빈 공간이 까닭 없이 가득 채워질 것만 같았다. 무엇일까? 텅 빈 공간의 위로? 암튼.
1. 드레스룸? 옷도 별로 없는데 뭔 드레스룸? 과감히 버린다
2. 화장대? 화장품도 없고 화장도 거의 안 하니 공간을 없애자. 욕실에 화장품 몇 가지를 두면 충분하다.
3. 알코브도 버린다. 아쉽지만 걍 흔들의자로 대체하자.
4. 세탁실? 독립된 공간을 버리고 드럼 세탁기를 사서 건조기를 위에 얹어 공간을 확보하자.
5. 구형 김치냉장고... 20년 사용, 오래도 썼네. 아직 쓸만하지만 최소 폭의 스탠드형으로 교체하여 공간을 확보하자.
6. 건축사 사무실 옥상옥의 선룸 매력에 빠져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포기. 내가 살 눌노리는 사방이 햇볕 가득한 공간일 텐데 밀집된 도시의 선룸 매력에 빠진 것임을 깨달았다. 폼보다 실용이 더 중요. 포기
7. 불멍? 페치카? 버린다. 딸 내외가 불명을 원하니 마당에 불을 피우고 불멍을 때릴 수 있도록 해 주자!
8. 벽(wall)을 중심으로 양쪽 별도의 공간으로 재구성.
'말로 짓는 집'이 반영된 첫 도면은 폐기될 것이다. 다음 그림은 어떤 모습일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