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의 얼굴을 알고 있는 건축사(전종호)
어쩌다 눌노리 46
5차 미팅을 했다. 지음 씬에서 만든 ‘게스트하우스 썸웨어’에서 1박 하는 날에 잡힌 미팅이다. 주로 다락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다락에서 발코니로 나와 맞이하는 파평산의 충만한 기운을 포기할 수 없기에 다락 공간의 넓이, 그리고 발코니 확보 등의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다락에서 손녀가 뛰어다닐 수 있고, 손녀 친구 식구들까지 벌써 예약(?)이 들어서는 관계로 다락의 공간이 확장되었다.
공간 구조의 단순화를 위해서 4차 미팅에서 내가 포기한 공간 ‘알코브’를 함 소장님이 살려냈다. 그것도 차경(借景)하는 공간으로, 아주 멋지게. 함 소장은 내가 찾는 월리의 모습을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여기서 음악 듣고, 책 읽고, 차를 마시며 머릿속이 맑아질 것이다. 지음에서 말한 ‘집, 몸, 자연이 섞이는 공간’이다. 바람 불고 그치며 비 오고 그치는 그저 그렇지만 날마다 다르고 새로운 시간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6차 미팅의 쟁점은 보일러실이었다. 지열 설치에 필요한 일정 규모의 보일러실 공간 확보가 다른 집보다 우리 집이 삼각형 땅 모양이라 불리했다. 게다가 마을 길에 근접한 대지여서 셋백 2m를 해줘야 해서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어 설계하는 동안 애를 먹었다. 그러다 지하실을 만들자는 말이 나왔다. 지하실을 만들면 공간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지열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도 지하실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왕 지하실을 만드는 김에 조금 더 넓게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넓게 할수록 좋겠지만 창을 낸다고 해도 과연 관리에 문제가 없을까? 걱정이 앞섰다. 다만 그 자리에서 지하 확장하는 데에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주택 시공업체 견적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우리는 견적을 낸 시공업체들이 공사하는 현장을 탐방하고 또 완성된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동시에 지열을 사용하는 집을 탐방해서 겨울, 여름, 우기 등을 지낸 집주인들의 경험담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