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1(전종호)
어쩌다, 눌노리 56
기초 콘크리트 공사가 끝나고 토목 팀이 철수했다. 일 안 하는 주말을 낀 양생의 시간을 고려해서 서둘러 공사를 하여 금요일 오전에 마무리한 것이다. 땅 파기에서 기초 벽 세우기까지 5일 그리고 주말 양생, 기초 매트 콘크리트 구조물(단열재, 거푸집, 철근배근) 설치와 콘크리트 타설까지 또 5일에 주말 양생까지. 달력으로는 2주일 정도 걸렸다. 좀 일정이 느린 거 아닌가 해서 답답한 심정이기도 하지만, 두 집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같은 현장에 다른 회사가 시공하는 두 채의 집 공사 일정과 비교해도 좀 늦는 것 같다. 계속 늦어진 마을부지 전체 토목공사 일정 때문에 생긴 조바심을 쉽게 누르기가 어렵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같은 현장에서 5일의 시간 간격을 두고 두 업체가 각각 두 채의 집을 짓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도 관찰할 수 있다. 우선 건축주인 우리 입장에서는 먼저 시작한 업체의 공정을 보면서 우리 현장에서 일어나게 될 공정을 예상할 수 있고, 좀 차이가 나면 왜 차이가 나는지 질문도 할 수 있다. 일 하는 방식도 서로 약간 다르다. 위 집은 사장이 현장 소장을 겸하면서 일꾼들에게 직접 지휘한다. 우리 집을 짓는 분들은 협동조합 소속이어서 큰 공정별로 각 팀장이 지휘한다. 토목 팀장이 자기 소속의 핵심 팀원 4명과 함께 와서 일하는데, 일이 많아지거나 일정을 신속하게 단축하려면 이 지역의 일꾼을 불러서 인원을 보강해서 하는 방식이다.
저 쪽 소장과 이 쪽 팀장과 각각 대화하다 보면 은근히 양쪽을 비교하면서 경쟁의식도 좀 가지는 것 같고, 그러면서 자기 쪽의 비교 우위를 주장하거나 서로 잘하는 점을 칭찬하기도 한다. 저 쪽은 건축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미술학도로의 꼼꼼함과 예술성, 본인 말로는 '작가정신'을 강조하고, 이 쪽은 100여 채 이상의 공사 실적과 팀워크를 자랑하기도 한다. 경험도 다르고, 업체의 연고 지역도 다르지만 그래도 서로를 인정하고 배우려고 하는 품이 보기에 나쁘지 않다. 계약 방식도 저쪽은 도급 형태이고 우리는 직영과 비슷한 방식이어서 사고방식도 약간 다른 것 같다. 저쪽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3회에 걸쳐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는 2주 단위로 인건비와 사용된 자재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저쪽은 공사 일정이 좀 빠른 것 같고, 이 쪽은 정해진 일정표대로 좀 느긋하게 하는 것 같은 것이 내 느낌이다. 저쪽은 기초 콘크리트 양생을 3일 한 것 같은데 이쪽은 주말 포함 4일 반을 잡는다. 가을이라 양생 기간을 여름보다 하루 이틀 더 잡는다고 한다. 자기들끼리도 저쪽은 자본주의 방식이고 이쪽은 사회주의 방식이라고 낄낄거린다. 우리 토목팀은 금요일 오후에 철수하고 목조팀은 양생 기간을 기다려 수요일에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좀 답답하지만 일꾼들의 공사 일정을 다그치지 말라는 공사 현장의 관행을 지키려고 한다.
농부가 아니면서도 하늘을 자주 본다. 어렵사리 마을부지 토목공사를 한 업체와 계약하고 7월 말에 안전기원제를 지냈다. 막 시작하려던 8월 초부터 꽤 오랜 기간 퍼붓던 비로 토목공사 일정이 그렇게 지연되더니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날이 좋아 하늘에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모든 것이 사람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하늘이든 어디든 빌어야 할 모양이다. 위 집에서 목조 골재를 세우기 시작하면서 현장은 나무 향기가 폴폴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