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의 현장 단상 : 집 짓는 이의 마음과 시공자의 경험(전종호)
어쩌다, 눌노리 79
"단열을 위해 창은 최소화하되 풍경이 들어오는 부분에 창을 내고 싶습니다. 크기와 위치는 건축가의 전문적 견해를 잘 듣겠습니다. 시스템창호는 여닫기가 편리하고 소음 방지, 단열 등이 좋으나 고가임을 알고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게 되는 곳은 시스템 창호를 하고 나머지는 이중 창호로 하면 단열효과도 좋으면서 가격까지 절감할 수 있나요?"
이 질문은 나의 ‘말로 짓는 설계’에서 창호에 대한 내 생각을 적은 일부분이다. 정말 여러 날, 아니 그 이상 고민한 나의 생각이었다. ‘창을 최소화하되’ 이 부분은 건축비, 냉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었고 ‘크기와 위치’는 내게 없는 건축 안목을 건축가에게 위임하는 부분이었다. 집을 짓기 전까지는 지역(제주, 남부, 중부 1, 중부 2)마다 법적 단열기준이 다른 지도 몰랐고, 파주가 단열기준이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는 것도 당연 몰랐기 때문에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한 소박한 생각은 버려야 했다. 그래서 모두 시스템 창호와 3중 Low-E 유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창호에 대한 예상 경비는 쉽게 넘었다.
미팅을 할 때 나는 평소 맘에 들어했던 창의 모양을 어설프게 제안하기도 하고, 건축가로부터 창의 위치에 따라 실내를 휘도는 바람의 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문제는 창의 크기였다. 창의 크기에 대한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였다. 오랫동안 아파트에 살다 보니 개인주택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 크기에 감이 전혀 없었다. 상세도면에 창의 크기와 위치도 상세히 나와 있었지만 거기까지 도면을 리딩할 수 있는 실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장에 잠깐 들렀는데 현장 소장으로부터 창호업체에 오늘 가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왔다. 창호는 주문 후 제작 기간이 열흘에서 2주까지 걸리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었다. 예정에 없던 창호업체에 갑작스럽게 가게 되자, 건축사도 서울에서부터 포천까지 기꺼이 와 주었다. 창호 전시장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 천지였고, 그 다양한 종류와 기능 앞에서 결정의 당사자인 나는 아무런 선택도,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여는 방법에 따라 T/T, T/O, L/S, FIX, 양개형 등뿐만 아니라 좌 휜지, 우 휜지, 좌 핸들, 우 핸들, 주 핸들 등등. 뜻만 겨우 알아 들었지만 상상은 잘 되지 않았고 머릿속은 이미 카오스 상태여서 크기에 대한 생각은 아예 할 수가 없었다.
창호 시공을 마치고 현장 소장이 이런 말을 했다. “파주에서 이렇게 창이 커도 되나?” “창이 좀 많지 않나요?” 20여 년간 많은 집을 짓고 자신이 지은 집에서 살고 있는 현장 소장의 말은 창의 크기를 조금 줄이고 개수도 줄여 실용적인 면을 우선하는 것이 좋은 집이고, 따라서 난방 효율과 더불어 건축비를 절감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창 모양과 창으로 들이는 자연광에 대한 욕심이 나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돌출창, 동녘의 아침 빛을 받기 위한 침실의 고측창, 다락의 남동 뷰를 포기하지 못한 모서리창 등 모두 내가 제안한 것이다. 손님용 화장실을 건식 세면대와 변기 공간을 따로 두어 각각 창을 냈으니 창이 많아졌다. 당연히 내가 책정했던 예산의 1.5배가 지출됐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 공간에 종일 자연광이 가득 찰 것이고 해가 지면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 될 모습을 나는 잔뜩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집을 지을 계획이 있고, 건축비 절감 등을 고민하는 건축주라면 시공사의 눈으로 보는 실용적인 측면과, 살아 본 사람들이 전하는 입의 경험담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