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점심 식사
"언니, 추석도 다 되었는데, 점심 같이 해요."
예고도 없이 훅 걸려온 전화 한 통. 예고 없으면 어떠랴, 언제나 윗집이 부르면 ok인걸. 손 맛도 일품이요, 마음씨도 일등인 윗집이 부른다면야 있던 약속도 깨고 갈 판이거늘, 1분도 안 걸려 도착한 윗집엔 반장님 부부가 먼저 와 계셨다.
어? 그런데, 오늘은 야외에 식탁을 차렸다!
묵밥을 먹을 때도, 수제비와 감자탕을 먹는다고 초대를 했을 때도 모두 주방 식탁이었는데......
와! 초록 위 야외에서의 식사라니, 이렇게 신선할 수가......, 소풍 온 것처럼 쓸데없이 설레고 갑자기 백설공주라도 된 양, 괜스레 콧대를 세워보기도 한다. 야외에 식탁을 차렸을 뿐인데 꼭 새 집, 아니지 궁궐 정원에 온 기분이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고소한 녹두전과 품격 있는 잡채, 그리고 칼칼한 육개장까지 고급진 한식 한상이다. 반장님이 가져온 알록달록한 송편이 있으니 '미리 한가위'다. 제대로 된 풍성한 추석상을 받아놓고 보니 초록 중심, 가을 중심, 마음 중심 축제가 따로 없다. 파란 하늘 아래, 쏟아지는 가을볕을 온몸에 받으며 초록초록 풀밭 위의 식사라니......, 눈으로 우선 멋을 채우고, 맛으로 행복을 채운다.

이 집은 소나무 맛집이다.
산 바로 아래 위치해 있어 멀리 치악산과 높고 낮은 층층 겹겹, 여러 겹의 산이 보이는 풍경을 품고 있다. 그 풍경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등이 굽은 오래된 노송 가지 사이사이로 보이니, 마치 심심유곡에 와 있는 듯하다.

누가 그랬더라? "어디에서 먹기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마음이 맞는 이웃과, 풀밭 위의 식사라서 더 좋다."
그게, 파란 하늘이 지붕이어서 그랬고, 소나무가 만들어준 그늘과 살랑살랑 솔바람이 함께여서 그랬다.
그새, 어제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