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그림공부, 마음공부

요술공주 셀리 2023. 10. 9. 17:59

붓을 빨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어려워 보인다. 아니, 어렵다.
오늘 처음 본 희망이는 눈은 마주치지만 에너지도 없고, 듣던 것보다 더 많이 아파 보인다.

희망이는 중학교 3학년, 16살이다. 성당모임에서 만난 자매의 손녀인데 '학교 부적응'이 심해서 출석일수가 부족하여 졸업이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한다. 학교 가는 게 죽을 것 같다는 손녀가 어떤 날은 하루종일 잠만 자고 식사도 거른다고 해서 할머니의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마음이 쓰이지만, 성당모임도 처음인 데다 서먹한 상황이라서 그냥 가만히 듣기만 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근심 가득한 얼굴로 반장님이 오셨다. "희망이를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반장님의 진심이 내 마음에 훅 하고 들어왔다.
그래서 시작된 미술 수업. 희망이와 동생 소망이가 함께 우리 집으로 왔다. 희망이가 동생과 함께 가기를 원해서 갑자기 학생 한 명이 더 늘어났다. 반장님은 면사무소 근처에 사는 아이들을 당신 차로 데리고 와 주었다. 

'말은 적게, 그러나 재미있게, 칭찬은 많이'가 오늘 수업의 목표다. 이렇게 해서 손수건 그림이 시작되었는데, 비트와 나뭇잎, 꽃잎으로 물을 들이고 특수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희망이는 거침이 없다. 생각을 하며 그리는 소망이와  다른 점이다. 희망이는 화면의 구도를 생각하지도 않고, 크기와 색상도 고려하지 않고 귀퉁이에 꽃과 집, 나무, 사람을 그렸다. 그것도 집은 가로로, 나무는 세로로 그렸다.
"우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매우 창의적이네. 보라색을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상기된 얼굴로  "재미있다"며  잘 그리고 있던 희망이가,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소망이는 아직 미완성 상태지만, 할 수 없다. 우선멈춤! '그림공부'가 아닌 '마음공부'이지 않는가?
아이들은 반장님이 집까지 또 바래다 주셨다. 참 고마운 분이다.

희망이가 스스로 그린 집, 나무, 사람 때문에 의도치 않게 H-T-P(집, 나무, 사람) 검사를 한 것처럼 몇 가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창문 없는 집. 그러나 귀퉁이에 반쪽만 그린 힘이 느껴지는 나무. 사람은 전신을 그리지 않고 얼굴만 그렸지만 웃고 있는 모습이다.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신호다. 미미하나, 희망이 보인다는 뜻이다.

휴우, 긴장은 내가 더 많이 한 것 같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첫 수업에, 무얼 더 바라겠는가? 희망이는 "재미있다"라고 했고, 스스로 다음 주에 또 온다고 했으니, 시작이 반이다. 언젠가 K-H-T-P검사도 실시해 봐야겠다.
부전공으로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이어서 '미술치료'를 공부하려다, 과다한 업무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먹었을 때, '미술치료'를 제대로 공부할 것을......
난, 이제부터 일주일 동안 '재미와 흥미'가 있는 수업이 무엇인지, 기발한 소재를 찾아내야 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