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한가터 잣나무 숲길
하늘은 높고 푸르다.
파란 하늘을 이고 가는 가을이 잠시 쉬었다 간다. 국화꽃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나선 둘레길. 치악산 둘레길은 1코스부터 11코스가 있다는데 우린,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11코스를 택해 나섰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1코스. '국향사'가 가까이 보인다. 그냥 여기 주차하고 다녀올 것을......

굳이 11코스를 찾아 차를 돌렸는데 오늘은 험난한 길, 한참을 헤맸다.
초행길이라서일까? 내비게이션도 우리도 안절부절, '한가터 주차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적한 시골길과 황금벌판에 마음을 빼앗겨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시골길과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풍경, 아파트숲을 만났다.

우리가 찾는 '한가터'는 분명 깊은 산골짜기일 텐데 이럴 리가 없다며 다시 지도를 보고 갈팡질팡. 10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치악산 근처에 오는데 이미 12시가 넘었다. 한가터를 찾아가는데 결코 한가하지 못한 채 힘을 뺐으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눈에 띄는 식당에서 '청국장'을 시켰는데, 사장님이 농사지은 콩으로 빚었다는 청국장은 대박이었다. 오전 내내 힘을 뺀 몸과 마음에 밥심으로 힘을 채웠으니, 훠이훠이 이제부터 등산이다.

잣나무 숲 아래, 잘 닦아 놓은 평평한 길은 굽이굽이, 지그재그 오르막 길부터 시작한다.

식사를 하고 오르는 등산은 몸이 무거워 첫 발부터 숨이 차다. 넉넉한 오후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시원시원 뻗은 잣나무 숲도 보이고, 잣을 따 먹으려 나무를 타는 청설모도 보인다. 도란도란,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하늘이 정겹고 포근하다. 가을 햇살이 살포시 산자락에 내려앉는다.

이 맛이다.
산 냄새, 나무 냄새, 풀 냄새, 흙냄새가 퍼지는 자연의 향연.
가슴에 한가득 향기를 담고 내려올 수 있으니, 숨이 차고 땀이 찰지언정 산에 오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