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전종호)
어쩌다, 눌노리 101
집을 지으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당장 집을 짓고 있는 사람에게도 가장 절박하고 당면한 문제는 돈 문제다. 물론 돈 걱정 없이 집을 짓는 사람도 있지만, 이 궁벽한 동네 파주에서도 아파트 전셋값이 5, 6억씩으로 치솟는 걸 보고 전셋값 이하로 집을 지으려는 우리에게 건축비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최소한의 규모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집을 짓는 것이 우리의 최대 목표였지만,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로 해외물류 길이 막히고 거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자재비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건축사 사무소에서 받은 한 회사의 입찰 금액은 3억 정도였다. 아래층 24.5평에 다락 6평 정도의 규모니 평당 1,000만 원을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처음에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면서 1억5,000만 정도의 집을 지어 달라고 한 상태이니 거의 두 배 수준이었다. 협상을 해서 가격을 조정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너무나 높은 가격이라 포기하고 다른 업체를 알아보았다. 그래서 찾은 것이 빌더들의 협동조합이었고, 그들에게 건축비를 물으니 자기들은 평당 얼마 이런 식으로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얼마를 받는 방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입찰견적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한 달 전에 완공한 세 채의 공사비 지출서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서 정리되지 않은 공사비 지출서를 받아, 평형별로 시공항목별로 정리하여 표를 만들어서 분석해 보니 건축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되어 그들과 함께 일을 하기로 하였다. 인건비와 자재비는 집의 규모별로 대체로 비례하였다. 우리가 작성한 건축시공항목은 기초공사, 목조골조 자재, 비계, 현관문, 전기시공비, 환기시스템, 설비공사, 목수 인건비, 단열재, 방통, 창호, 석고 및 추가단열재, 도배, 싱크대 등 가구, 지붕, 조명, 마루, 벽돌, 타일, 도기, 폐기물처리, 입주청소, 공정관리 및 기술자 숙소 비용 등이었고, 이 항목을 상세한 세부항목으로 더 분류하였다. 다락방을 포함하여 우리 집 규모와 비슷한 집의 액수와 꼼꼼히 비교하며 지출한다. 구조가 달라서 일치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현장소장은 들어간 인건비와 자재 등의 비용을 2주 단위로 청구하였고, 우리는 그들이 완성한 기존 주택에서 지불된 비용과 하나씩 비교하면서 지불하였다. 이들의 소재지가 양평이다 보니 거래업체가 모두 그쪽이어서 필요한 물품들의 운송비가 발생하는 문제가 눈에 띄었다. 가능하면 이 지역의 업체에서 물건을 조달하도록 요구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도 하고, 현장소장에게 일임했던 하도급에도 개입해서 비교 견적을 받고 싼 업체에게 일을 맡기기도 하였다. 현장소장과 하도급자의 관계는 오랫동안 일을 했던 관계일 뿐만 아니라 금전적 관계이기도 하다. 건축주가 하도급에 개입하는 것은 현장소장이 챙길 수 있는 수수료를 차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인데, 우리는 간접적인 직영방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려고 노력했다. 하도급에 개입하게 된 계기는 앞에서 전기 계량기 사건에서 언급한 바 있다.
도급의 경우에도 건축비가 문제가 많이 된다. 대개의 경우는 계속적인 설계와 공정의 변경으로 계약된 금액의 증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금액을 요구하지 않아도 처음 제시한 자재 대신 싼 자재로 대체하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건축비 총액의 도급을 주더라도 건축비 견적서를 받아서 처음에 게약 한 자재를 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축주는 현장에 자주 가고 시공업자와 자주 대화하고 자주 확인해야 한다. 잘못하면 비싼 돈 주고 속 빈 강정을 인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