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어쩌다 갓김치

요술공주 셀리 2023. 10. 25. 12:15

김장이 걱정이다.
강원도 김장은 서울보다 1달여나 일찍 시작한다. 작년 김장도 10월 말에 시작했었다.
수돗가에서 김치통을 씻어 햇볕에 말린다고 쪼그리고 앉았다가 허리근육이 뭉쳐 엄청 고생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는 이 번 주말에 김장을 하자는데, 아직 배추가 익지 않았다.
날씨와 무름병으로 올 배추는 흉작이라던데, 텃밭의 배추는 다행스럽게도 잘 자라고 있다. 엄마도 나도 언제나 속이 찰까 조석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김장은 다음 주에나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김장이란 단어가 좀 무색하다.
이웃들은 배추 이외에도 알타리와 동치미, 갓김치와 깍두기, 고들빼기김치도 담는다던데 우린 달랑 배추김치뿐이다. 그것도 20 포기 정도. 그래도 밭에는 무와 쪽파, 붉은 갓이 있어서 김장 분위기로는 꽤 그럴듯하다.  
 



한 달 전, 엄마에게 갓씨를 뿌려달라 했더니 너무 많이 뿌려서 어린싹일 때, 일차 솎아주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촘촘한 갓을 볼 때마다 솎아줘야지 하다가 오늘에야 뽑아주게 되었다. 솎은 갓은 김치를 하기엔 어리고 여린데,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어 "어떻게 해야느냐"고 반장님께 물었더니
"파랑 마늘, 멸치젓갈만 있으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갓김치 레시피를 주셨다. OK! 다시 도전이다. 작년엔 젓갈을 너무 많이 넣어서 낭패를 보았으니 오늘은 간 조절이 관건이다.
 



파와 여린 갓을 살금살금 씻어서, 시루떡처럼 켜켜이 파와 갓을 펼쳐 놓고, 마늘과 고춧가루 섞은 젓갈을 그 위에 뿌려주면 끝. 알면 이렇게 쉬운 것을......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갓김치를 만들었다. 시작은 스테인 그릇 한가득이었으나 젓갈 양념에 절여진 김치는 작은 김치통 하나 정도.
ㅎㅎㅎ, 그런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또 뿌듯할 것 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