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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노리 산책, 요양원(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3. 10. 27. 09:41
산천은 의구하되 인물은 간 데 없다더니, 농촌에 사람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천도 예전 같지 않다. 시골의 자연 취락은 이제 공장 건물로 대체되고 있고, 요양이 산업화되고 나서는 요양원이 마을 안에 깊숙이 들어서고 있다.
산업화 되면서 일의 구조가 바뀌고, 가족 구조나 구성원 상호간의 태도도 달라지다 보니 노인과 죽음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 현대인에게는 필수시설이 된 요양원. 눌노리, 우리 마을에도 대규모 요양원이 두 개나 있다.
벚꽃 피던 시절에 차를 타고 오다가 옆 마을에 너무나 화사한 벚꽃 군락이 있어 찾아 갔더니 산자락에 요양원이 있었다. 벚꽃처럼 화사하게 피었다 이제 시들어 가는, 그리고 마침내 먼지 구름이 되어갈 노인들. 나, 너 우리 모두. 농촌은 노인들의 나라다.
저 멀리 벚꽃 구름
길을 가다 저 멀리 벚꽃 구름이 피고 있어
저기가 어딘데 저렇게 화사한 기운이 돌까
안개처럼 궁금증이 스며 차를 돌렸습니다
껑충한 키 벚꽃나무 가득한 산자락 요양원
아래서는 정작 꽃을 볼 수 없는 우듬지 아래
한 생애 높게 날다 낮게 깔린 꽃구름 노인들
속 빈 뼈대 거친 살갗 실없이 가벼워졌지만
한때 절절한 사랑에 데인 뜨건 가슴 보듬고
따뜻한 밥 굵은 노동으로 손마디 다 닳은
꽃시절 바람처럼 보내고 고달파 고마워라
한바탕 꿈 피었다 먼지 구름으로 흩뜨리며
귀 어두워 말부터 하나씩 지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