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하기와 나누기
작년보다 양이 적은 김장인데도 대전 동생에게, 사돈댁에, 큰 아들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나눔을 하였다.
머리통만 한 무 덕분이다. 무채를 하고도 남은 무로 깍두기를 만들었다. 배추김치는 덤으로 보냈다. 넉넉한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 했는데 가을 인심은 밭에서 나는 것 같다.
햇볕을 받으며 어미사슴을 만들어준 문 0씨 집으로 향한다.
천둥과 번개, 세찬 바람으로 나목이 늘어선 마을은 덕분에 훤~해졌다. 그동안 숲에 가려졌던 이웃집들이 눈에 보이니 마음도 더 가까워진다. 김장을 해본 새댁이 감사하다며 쿠키 한 통을 건네준다. 배꼽을 주고 배를 받아왔다.
"언니, 김밥 먹으러 와요. 커튼도 갖고 와요."
윗집 동생의 호출로 김밥과 미역국을 배불리 먹었다. 재봉틀질을 할 줄 아는 옥이 솜씨로 보리 커튼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그때 걸려온 전화, 반장님이다.
"돌산 갓 뜯어 가요."
"저녁에 버섯전골 할 거예요. 우리 집에서 식사해요."
아니, 반장님은 당신 집을 다 내어주시겠다는 건가? 개복숭아와 오이지, 배추와 상추, 눈개승마도 주시고, 엊그젠 양상추를, 그리고 김장에 쓰라고 배까지 따주시면 농사 밑천을 다 내어주시는 건데......
덕분에 작년에도 돌산갓김치를 담갔었다. 반장님 밭에서 뜯은 갓이 바구니 한가득. 오전엔 깍두기를 담느라 한나절을 서 있었는데 오후엔 또 갓김치라?
뜯고, 씻고, 절이고, 양념에 버무려서 만든 갓김치는 큰 통으로 한 통이나 되었다. 뿌듯하다. 허허실실 웃음이 절로 난다. 김치만 만들고 나면 생기는 증상이다. 덕분에 동생에게 갓김치도 보내게 되었다.
오후 5시 반. 반장님 댁으로 올라갔다. 식탁엔 가을 풍년, 김치 풍년, 사랑 풍년이다. 집에서 직접 농사짓고 집주인의 섬섬옥수로 지은 집밥이다. 브로콜리, 알타리, 돌산갓과 표고는 물론이요, 오늘의 하이라이트 도토리묵과 버섯전골 재료는 모두 유기농, 농사지은 재료다. 요리고수의 솜씨답게 입에 쩍쩍 붙는 맛. 오늘도 입 짧은 사람이 over eat 또 포식을 했다. 후식 또한 농사지은 사과대추. "맛있다" 했더니 생강차에 넣으라며 건대추까지 건네주셨다.
깍두기와 김치를 나누었을 뿐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선물을 받았다.
나눔보다 더 큰 곱하기라니, 기쁨이 배가 되는 하루를 보냈다.
